예산안 협상시한 15일까지로 연장 법인세 인하 놓고 여전히 평행선 이재명 “서민 감세 예산안 처리 가능” 與 “정부 예산 편성권 심각한 침해”
여야 갈등이 심해져 연말 예산 국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상정돼 표결에 들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 퇴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예산안 합의가 불발되면 단독으로 자체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야당 수정안 단독 처리는 그냥 다 엎어버리자는 행패”라고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야당 단독으로 자체 예산안을 처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 풀리지 않는 법인세 인하 공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중재안을 낸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조세) 전문가이고 경제학자인데 (민주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되 2년 유예기간을 두자는 김 의장의 중재안이 수용 가능한 마지노선이라는 것.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감세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법인세는 낮춰주지 않고 있다”며 “법인이 이득을 보면 주주에게 이득 배당이 되고 종업원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어떻게 초부자 감세냐”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인하 외에 임금소득자 소득세 구간을 개편하는 소득세법도 처리해 저소득자에 대한 과세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서 “우리가 비록 예산에 대해선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나 세입에 관한, 즉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선 우리가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민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민 감세는 이미 법안이 자동 상정돼 있어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 野 “서민 감세안 단독 처리” vs 與 “헌법 체제 부정”
민주당은 15일까지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할 계획이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간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마련해왔다. 오늘 이 대표 말씀(서민 감세안)까지 포함해 수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 전까지 정부 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와 합의하는 예산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공을 국민의힘에 던졌다.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해 “헌법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철규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하는 게 헌법 정신”이라며 “누가 국회에 예산 편성권을 줬느냐”고 지적했다. 원내 관계자는 “감액만 하더라도 세입 세출이 맞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액만 이뤄진 야당의 단독 예산안은 정부 동의 없이도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 처리할 수는 있다. 헌법 57조에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 권한으로 감액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예산안 곳곳에 ‘구멍’이 날 우려가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감액만 하더라도 여러 사업과 회계 간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복잡한 과정은 모든 정부 부처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