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Qatar2022] 유럽서 축구 배워 부모나라 대표로 스페인-포르투갈 등 연파 준결승行 5경기 치르며 자책골로 1실점… 골키퍼 부누 중심 방탄수비 돋보여
모로코 “프랑스 나와라” 모로코의 수비수 아흐야 앗띠야툴라(25번)가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8강전에서 1-0으로 승리가 확정되자 뛰어오르며 포효하고 있다. 앗띠야툴라는 전반 42분 유시프 누사이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승리 주역이다. 도하=AP 뉴시스
“우리도 월드컵 우승을 꿈꿀 수 있다. 꿈을 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왈리드 레그라귀 모로코 축구 대표팀 감독(47)은 11일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승리한 뒤 “우리는 아프리카의 새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4강을 넘어 우승을 향한 포부를 드러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모로코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9위)을 1-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월드컵 92년 역사상 4강에 진출한 첫 아프리카 국가다. 유럽과 남미 외 나라가 4강에 오른 건 제1회인 1930년 우루과이 대회의 미국,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한국에 이어 세 번째다.
모로코의 방탄 수비 선봉엔 이번 대회 ‘골든 글러브’(최우수 골키퍼상) 후보로 꼽히는 야신 부누(31)가 있다. 부누는 8강전에서도 포르투갈의 파상 공세를 선방으로 물리쳐 경기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뽑혔다.
모로코는 이번 월드컵 개막 전부터 선수 구성에서 관심을 끈 팀이다. 전체 엔트리 26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모로코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번 대회 참가 32개국 중 자국 태생 선수 비율이 가장 낮은 팀이 모로코다. 골키퍼 부누가 캐나다에서, 나머지 13명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태어났다. 축구가 강한 유럽 국가에선 대표팀에 뽑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중국적 선수들은 유럽이 아닌 부모 나라 국적을 택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경우가 있다. 모로코 대표팀에는 모로코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3명뿐이다. 나머지는 유럽 리그 20명, 중동 리그 3명이다.
레그라귀 감독이 선수들 가족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로 초청한 것도 이런 엔트리 구성과 관련이 있다. 이민자 가정 선수들에게는 특히 가족애가 정서적 안정과 승리를 향한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레그라귀 감독 역시 프랑스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알자지라 방송은 “모로코 대표팀이 묵는 호텔은 숙소가 아니라 선수 부모들이 운영하는 여름캠프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모로코가 4강에 진출하자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대륙의 역사!”라고 썼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인 세네갈의 마키 살 대통령도 “역사적이고 환상적”이라며 축하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