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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몰랐던 내가 꿈 갖게 된 계기는…”

입력 | 2022-12-12 10:33:00

월드비전 ‘한국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정책 포럼’




“뭘 하고 싶은지 막연했는데 이제는 아동 복지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어요.”

김주찬 군(18)은 중학생 때까지 누군가 장래희망을 물으면 ‘사회복지사’라고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 꼭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사회복지관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며 자연스럽게 나온 답이었다.

김 군은 중학교 2학년때 국제구호개발 비영리기구(NGO) 월드비전에서 진행하는 자아탐색 프로그램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미래의 꿈에 대한 답이 달라졌다. ‘촬영 감독’이 됐다. 하고 싶은 말을 영상에 담으면 널리 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 멘토링 통해 꿈 디자인부터 그리기까지
김 군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국회체험관에서 열린 월드비전의 ‘한국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정책 포럼’ 발표자로 나섰다. 월드비전이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꿈꾸는 아이들’ 사업의 일환인 ‘꿈지원사업’에 참여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다.

월드비전의 꿈지원사업은 꿈의 유무 등을 따져 아동·청소년에게 개별적으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꿈이 없거나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꿈을 탐색하고 경험하는 ‘꿈디자이너’, 꿈이 확실한 경우엔 꿈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꿈날개클럽’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 군이 가장 좋았던 과정으로 꼽은 것은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 영상 촬영·편집에 관심을 갖게 된 김 군은 고등학교도 영상 관련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경기 인천에서 서울까지 매일 2시간을 통학하면서 지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현직 촬영 감독에게 지금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과 응원을 들으며 힘을 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뿐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친구를 만난 것도 의지가 됐다. 서로 어떤 주제의 촬영을 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편집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됐다.

김 군은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에게 고가의 촬영 장비 등으로 인한 부담을 드리는 게 가장 걱정스러웠다. 이 때도 꿈날개클럽이 도움이 됐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촬영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매할 때 일정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김 군은 “누군가 내 꿈을 지지하고 도와준다는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에 영상제작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 촬영감독, 그래픽 디자이너…손에 잡히는 꿈
김 군과 함께 이날 포럼 무대에 선 이은서 양(18) 역시 꿈날개클럽을 통해 꿈에 가까워진 사례를 공유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던 이 양은 스마트폰 사진 보정·편집에 흥미를 느끼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

이 양에게 도움이 된 프로그램은 ‘자기성장계획서’ 프로그램이다. 연초에 자신의 꿈을 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 해에는 어떤 목표를 갖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할지 상세하게 적는다. 이후 선생님들과 함께 수시로 중간 점검을 통해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강원 춘천시에 거주하던 이 양은 원하는 서울 소재 미디어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 지역 학생들보다 더욱 좁은 문을 뚫어야 했다. 이 양은 “그해 ‘내신 전과목 A등급’ 목표를 세우고 나태해질 때마다 계획서를 보며 마음을 다잡은 끝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원하던 고등학교 입학 후 이때의 계획서를 돌아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이 양은 이달 초 한 정보기술(IT)기업의 사용자환경(UI/UX)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학교에서 연결해준 취업처가 아니라 자신이 따로 더 원하는 회사를 찾아 지원한 끝에 합격한 회사라는 점이 더욱 뿌듯했다. 이 양은 “꿈지원사업에서 원하는 것을 향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배웠다”며 “언젠가 내 디자인을 보고 디자이너를 꿈꾸게 될 다른 아동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아동·청소년에게 다양한 ‘꿈 경험’ 열어달라”
월드비전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정책포럼에서는 두 학생의 생생한 경험담뿐 아니라 2017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된 ‘꿈 실태조사’ 연구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11~24세 아동·청소년 및 청년 2011명을 대상으로 ‘한국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양적 조사를 진행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 구체적으로 꿈을 꾸는 아동·청소년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발달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월드비전이 제시한 정책 제도 검토나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 군은 “주어진 환경에 제약이 많으면 꿈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 이런 친구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장을 제공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호 월드비전 아동미래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취약계층 아동들이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고 자기성장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맞춤형 장기 지원과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교육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정 교육부 진로정책과장은 “취약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꿈 지원은 물론, 부모나 교사, 관련 실무자들의 역량강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실제로 꿈지원사업에 참여한 아동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며 “앞으로 아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보다 체계적인 꿈지원사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포럼은 월드비전 꿈아이TV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