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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뇌물 스캔들 터졌다…유럽의회 부의장 등 4명 기소

입력 | 2022-12-12 15:23:00

유럽연합(EU) 의회 부의장이자 그리스 정치인인 에바 카일리. 인스타그램


유럽연합(EU) 의회 부의장이자 그리스 정치인인 에바 카일리가 2022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 검찰청은 이날 유럽의회를 상대로 한 페르시아만 국가의 영향력 행사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 자금 세탁 및 부패 등의 혐의로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벨기에 검찰은 “몇 달 동안 걸프국이 유럽의회의 경제적·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혐의가 있다”며 “유럽의회 내 정치 요직에 있거나 전략적인 지위를 지닌 제3자에게 거액의 돈이나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브뤼셀 내 16곳을 압수수색해 60만 유로(약 8억2490만 원)의 현금이 든 여행 가방을 발견했다. 이어 관련자 6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2명은 석방했다.

검찰은 기소된 4명의 신원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한 사법 소식통은 AFP통신에 카일리 부의장이 이들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에바 카일리. 인스타그램

카일리 부의장은 그리스 메가TV 앵커 출신으로, 2014년부터 유럽의회에서 부의장직을 맡았다.

그는 카타르에서 불거진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등 각종 논란을 적극 옹호했다. 지난달 유럽의회 연설에선 카타르가 노동자의 비자 허용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고용주에게 일임한 ‘카팔라’ 제도를 폐기했다며 “카타르는 노동권의 선두 주자”라고 극찬했다. 당시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카일리 부의장은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카타르를 괴롭힌다”며 카타르를 두둔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엔 알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과 만나기도 했다.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의회는 카일리 부의장의 권한을 정지했다. 그가 소속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 역시 즉각 당원 자격을 정지했다. 카일리 부의장의 자국 정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그를 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유럽의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부패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 출연해 “최근 몇 년 새 가장 심각한 부패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니엘 프러인트 유럽의회 반부패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이번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유럽의회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카타르는 정치적 청탁을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번 수사와 관련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며 “카타르 정부를 위법 행위와 연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