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왕이 중국 외교부장. 외교부 제공
한중 외교장관이 12일 화상회담을 갖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소통의 폭을 넓힌 양국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자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양국 장관은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진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시진핑 방한 등 통해 정상 간 교류 모멘텀 지속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장관은 1시간15분가량 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앞서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대면 회동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화상으로 만난 것.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애초 왕 부장은 연말 방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상황 등을 감안해 화상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양국 장관이 회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해가기로 했다. 지난달 정상회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국 방문을 공식 요청했을 당시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기쁘게 응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두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포함해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1.5트랙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등 고위급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정부 인사들에 민간 전문가들이 더해진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대화 체제인 1.5트랙 관련해선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 시작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中외교장관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 할 것”
박 장관은 이날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국 측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대북 대화 노력을 적극 지지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을 당시엔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다소 거리를 둔 바 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