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는 단속과 처벌만으로 줄일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마약은 중독성이 높아 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 치료보호기관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환자들이 기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태부족이다. 마약중독의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지들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이 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적으로는 마약중독 환자들이 복지부 지정 마약 치료보호기관에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복지부와 지자체가 치료비를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어 최대 1년까지 무상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낼 돈을 내지 않아 치료보호기관이 치료를 해도 치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치료보호기관이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병원들은 차라리 치료보호기관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아우성이다.
2030세대 마약사범이 2018년 3196명에서 지난해 5944명으로 약 86% 느는 사이 복지부 지정 마약치료보호기관은 오히려 23곳에서 21곳으로 줄었다. 21곳 중 43%인 9곳은 최근 5년 사이 치료환자가 0명이다. 나머지도 대부분은 연간 한두 명만을 받았을 뿐이다. 실제로 다수의 환자를 받고 있어 입원이 가능한 곳은 10%도 안 되는 2곳뿐이다.
젊은 마약 사범은 대부분 초범이라서 제때 치료만 받으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단속과 처벌만 하고 치료를 방치해서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학계와 마약퇴치운동단체 등에 따르면 수사망에 걸리지 않는 인원을 포함하면 실제 마약중독자 수는 검거되는 인원의 28∼60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돈이 없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파격적으로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