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해 조사한다. 박 전 원장 측은 검찰에 공개적으로 출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박 전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박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검찰의 소환 사실을 밝히며, 검찰과 변호인이 조율하겠지만 공개적으로 출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개 출석이 이뤄진다면, 박 전 원장은 출석 날 취재진 앞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주도로 ‘보안을 유지하라’는 취지의 피격·소각 사실 은폐 시도가 있었고, 같은 날 오전 8시께 국가안보실에서 근무하던 청와대 행정관 A씨와 다른 행정관 B씨를 거쳐 국정원 과장급 직원에게도 이런 지시가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첩보 문건 등이 다수 삭제된 시점을 오전 3시부터 11시37분으로 특정했는데, 국정원의 첩보 보고서 등 삭제가 아침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 시점을 2020년 9월23일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 열린 국정원 정무회의 후로 명시했다. 박 전 원장이 청와대 회의에 불려간 뒤 노은채 비서실장을 통해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주장이다.
박 전 원장은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2020년 9월22일 밤 서 전 실장에게 자신이 직접 피격·소각 정황을 전달했다는 점 등도 강조했다. 국정원장은 정책적 판단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직책인데, 확인된 첩보 등을 모두 전달해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 측은 애초에 정책적 판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서 전 실장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검찰은 피격·소각 사실이 알려진 뒤 열린 관계장관회의 참석자들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지만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패싱’ 논란이 있었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피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강 전 장관을 회의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