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진 “대북 ‘담대한 구상’ 지지를” 왕이 “美 괴롭힘 함께 저항을”

입력 | 2022-12-13 03:00:00

韓中 외교장관 75분 화상회담



‘대면’ 4개월만에 화상으로 만난 韓中 외교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2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화상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제공


한중 외교장관이 12일 화상회담을 갖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소통의 폭을 넓힌 양국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자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양국 장관은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고위급 교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진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와 달리 중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시 주석의 방한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니라 파괴자”라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외교수장이 양자 외교 회담에서 제3국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시진핑 방한 등 통해 정상 간 교류 모멘텀 지속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장관은 1시간 15분가량 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앞서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대면 회동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화상으로 만난 것.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양국 장관이 회담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해 가기로 했다. 두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포함해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등 고위급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 박 장관은 또 “중국 측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등 대북 대화 노력을 적극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또 공급망 소통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공식 협상 조속히 재개, 항공편 증편, 인적 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에서도 실질 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러한 논의를 계기로 중국이 한국에 가한 경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해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 中 외교부 발표는 우리와 온도차 역력
다만 몇 시간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 자료는 우리와 온도차가 역력했다. 발표에서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감대를 확실히 이행한다”고 했지만 전반적으론 미국 견제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것. 중국 측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왕 부장이 “미국의 이런 행위는 분명히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또 “각국은 떨쳐 일어나 이런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유와 일방적인 괴롭힘(바링·覇凌)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측 발표에는 “한반도 정세 및 공통 관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짤막하게 한 줄만 포함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