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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컨트롤타워 필요… 준법 위반 여지는 적어”

입력 | 2022-12-13 03:00:00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시민단체 등 “위법 가능성”에 반박
이재용 내년 등기이사 복귀 관련엔
“회장 승진 따른 책임 다하는 것”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한 본보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이 조직 설치 여부는 법 위반 여지가 적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현재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는 (삼성) 그룹 전체 경쟁력을 위해 하나의 실무형 조직으로서 컨트롤타워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준법 위반의 여지는 적다고 봅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위법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이 위원장은 “법조인으로서의 견해”라며 이들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가진 준감위 회동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방향성에 대해 간단한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지 준법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컨트롤타워도 마찬가지 방향성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 안팎의 많은 분들 의견을 들어보니 이미 부문별 독립경영이 이뤄지므로 필요 없다는 의견부터 강력한 리더십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며 “이 조직이 준법 위반 이슈가 있는지, 존속 가능한 조직인지에 대한 위원회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최고경영진이 아닌 주주, 회사를 위한 강력한 집중력과 실효성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 당일인 5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 후 첫 인사였던 만큼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복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이 같은 조직 개편이 발표된 바는 없다.

이 위원장은 첫 출범의 무게가 컸던 1기와 비교해 2기 준감위는 안정 속에서 더욱 강도 높게 준법 감시를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10월 이재용 회장과 가진 준감위 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이제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준법감시위원회 검토는 거쳤는지 물어보는 게 당연한 습관이 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간담회 전 이슈가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현장 노동자들의 화장실·휴식공간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준감위원들의 개선 의견이 직접 이 회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위원장은 “지난번 회장 승진을 통해 경영의 권한을 부여받았다면, 등기이사 선임은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국내 주요 그룹에 미등기 회장 사례가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권한과 책임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 회장의 회장 승진 과정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이사회 안 거치고 사장단 회의에서 추대 형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승진에 이사회 의결이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과 관련해서는 “발의한 의원의 신념은 존중한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 여파가 매우 큰 법안인 만큼 위헌 요소는 없는지, 해외 사례가 있는지, 반대하는 쪽 전문가 의견은 충분히 청취했는지를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 등 회계 기준에서는 현재의 가격을 적용하지만 주식한도 규제는 그와 다르다”며 “주요 선진국 중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투자 한도를 규제하는 곳은 일본뿐이다. 그마저도 현재의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위원장은 “기업 내 준법감시가 완전히 정착되면 외부 조직으로서의 준감위는 자연히 필요 없어지고, 사내 준법감시인과 이사회의 역할로 갈음될 것이다. 그게 저와 준감위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