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1990년대 우크라이나 비핵화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넘겨준 핵 순항미사일로 위장 공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미사일에 1970년대 만들어진 핵탄두 탑재용 Kh-55 순항 미사일이 포함됐다. 핵탄두를 제거하고 대신 무게를 더하는 구조물을 추가한 형태로 폭발물은 탑재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도 Kh-55 미사일 잔해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군수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1990년대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비핵화하기로 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넘긴 것이다. 소련 붕괴 직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모든 핵무기를 넘겼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노출시키는 속임수로 사용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Kh-55 미사일을 먼저 발사하면 우리가 대응한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탄두가 없는 가짜 표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가동된 뒤 러시아 폭격기가 실제 탄두가 탑재된 최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한편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러시아는 한 번에 80~90발을 발사할 경우 3~5차례 공격할 수 있는 분량의 미사일만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보다 최신의 Kh-101 순항 미사일 240기와 칼리브르 해상 발사 순항 미사일 120기를 추가로 생산했다며 한달 평균 40기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공군 유리 이나트 대변인은 최근의 러시아 미사일 집중 공격 뒤 미사일 잔해를 조사한 결과 최근에 생산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요격하지 못한 미사일과 드론에 의한 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일 15대의 드론 중 10대를 요격했으나 요격하지 못한 드론이 남부 오데사의 기반시설을 파괴해 150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러시아가 남부의 흑해와 남동부의 카스피해, 동부의 러시아 본토, 북부의 벨라루스 등 4 방향에서 우크라이나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불과 몇 분 동안 최대 100발의 마시일을 모든 방향에서 발사하는 집중 공격을 하고 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지난 10월 이래 러시아 전략폭격기들이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비행궤도를 바꾸었다며 우크라이나 영공에 침투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