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임원 인사를 끝내고 내년 경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 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등 혹독한 신년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안정 속 젊은 인재 중용으로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 짓고 새해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뛴다. 특히 15일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하며 실적 악화 전망을 어떻게 타개할 지 머리를 맞댄다. 이 회장 취임 후 첫 전략회의인 만큼 이 회장의 직접 참석 가능성도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 DX(스마트폰·TV·가전) 부문은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에 ‘DX 부문 비상경영체제 전환’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리고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전사적으로 프린터 용지를 포함한 소모품비를 올해보다 50% 절감하기로 하고 해외출장도 50% 이상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간다.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 공급망 불안, 소비 위축 같은 복합위기 돌파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DX부문에서는 TV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수요 둔화에 따른 프리미엄 전략과 북미·유럽·중남미 등 주요 시장 공략 방안,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논의한다.
DS부문은 전 세계 불황에 따른 반도체 시장 타개책을 모색한다. 3나노 등 첨단 공정 수율 확보와 글로벌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립 현황 등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SK 역시 임원 인사에선 큰 변화 없는 ‘안정’을 택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전사적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한파’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이미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을 줄이고 내년 투자 계획도 절반 이상 축소하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섰다.
LG그룹도 임원 인사에서 주요 CEO들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에 나섰다. LG는 지난 8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했다. 이 회의에는 최근 신규 선임된 CEO들을 포함, 40여명의 사장단이 한데 모여 위기 타개책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3년 만에 그룹 사장단 워크숍을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구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사업본부장 등 30여명은 그동안 구축한 사업 기반을 토대로 미래 포트폴리오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10월에는 주요 계열사들의 릴레이 사업 보고회를 주재했다. 계열사별로 한 달 이상 진행된 이 보고회에는 LG전자를 비롯해 화학·생활건강·디스플레이·유플러스 등 CEO와 사업본부장들이 총출동, 내년 사업 계획을 점검했다.
구 회장이 거의 매달 계열사 경영진과 대면회의를 가질 정도로 그룹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달부터 각 사업부서와 본사 조직원 일부로 구성된 ‘워룸(War-Room)’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