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체 도로의 80%가량이 폭 12m 이하의 생활도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방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폭 4m 미만의 좁은 골목길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도로 대부분이 불법 주정차나 노상에 물건이 쌓여 있어 쾌적하고 질서 있는 환경을 저해했고, 긴급 재난 상황에서 대응하는 데 장애를 끼칠 우려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도로를 정비 관리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공통적으로 활용 가능한 표준 관리 지침서 마련과 함께 재정력이 취약한 자치구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 및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 등 다양한 재원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서울시내 소방차도 지나기 어려운 도로 20% 넘어
13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시내 전체 도로 길이는 모두 8282.1km, 면적은 83.0㎢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폭이 12m를 넘지않는 ‘생활도로’는 연장기준으로 76.8%(6357km), 면적기준으로는 41.3%(34.3㎢)를 각각 차지했다. 생활도로는 법률적인 개념은 아니며 보행로와 차로가 구분되지 않은 폭 12m 미만의 도로를 말하는데, 흔히 ‘이면도로’로 불린다.
생활도로에는 소방차 통행이 어려운 폭 4m 미만의 좁은 골목길과 샛길도 포함된다. 이 비율은 연장기준으로 24.0%, 면적 기준으로 11.3%를 차지했다.
25개 구별로 전체 도로에서 생활도로가 차지하는 비율(연장기준)을 보면 양천구가 88%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87.1%) 광진구(82.3%) 관악구(82.1%) 성동구(81.8%) 도봉구(81.5%) 서대문구(81.2%) 은평구(80.2%) 등도 모두 80%가 넘었다. 반면 중구(60.0%)와 강서구(67.2%) 송파구(68.6%) 등은 60%대에 머물렀다.
서울연구원은 이에 대해 “재정력이 낮은 자치구일수록 폭 12m 미만 생활도로의 비중이 높다”며 “도로·교통 부문의 예산지출 비중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현재의 생활도로 관리의 재정적 어려움을 의미한다”며 “생활도로 문제가 곧 지역 균형발전 문제와 결부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 생활도로 비중 높은 지역 시설 환경 열악
생활도로는 대부분 불법주정차나 노상적치물, 쓰레기 투기 등과 같은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었다. 이는 용산구 효창공원 인근과 강북구 미아역 인근, 은평구 구산동 일대, 강서구 까치산역 인근, 서초구 양재역 인근 등 5개 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다.
특히 조사지역에서는 빗물받이를 막아두는 일이 많았고, 보행로나 보행구역 부족이나 과속방지시설 및 경사지 미끄럼방지장치 부실 등 보행자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발견됐다.
생활도로를 실제로 이용하는 시민들도 생활도로의 안전도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15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5점 만점에 2.9점을 준 것이다. 특히 30~40대 연령층, 서울 동북권 및 서북권, 단독·다가구주택 및 비주거 건물 내 주택 거주자들이 생활도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예산 지원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 마련 필요
서울연구원은 생활도로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공간인 만큼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선 생활도로에서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위험요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다니면서 발생하기 쉬운 교통사고나 불법 주정차 및 소방도로 미확보로 인한 재난·사고 대응의 어려움 등이 최우선 해결과제다. 여기에 경사지 도로 및 도로포장 불량으로 인한 넘어짐이나 미끄러짐, 추락, 압사 등과 같은 안전사고와 폭행·상해, 강간·성추행·성희롱, 절도, 손괴, 강도 등과 같은 노상범죄도 생활도로의 위험요소다.
노상 범죄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환경정비도 요구된다. 범죄 취약지역이나 사각지대, 음영지대 등을 파악해 야간조명이나 CCTV, 비상벨, 반사경 등을 설치하고, 여성안심귀가지역이나 범죄발생·취약지점 등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를 늘려야 한다.
빗물받이 막힘이나 덮임 문제 관리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안전점검 이외에 지역주민단체와 건축물 소유자 및 관리자 등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25개 자치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도로 정비·관리를 위한 표준 매뉴얼을 마련돼야 한다. 또 생활도로 정비·관리를 위한 종합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자치구에 생활도로 정비·관리를 위한 서울시 및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