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일간 지독한 추위를 좁은 차 속에서 고생했단 말을 다 어찌 적으리오. 그러나 괴로운 사색은 조금도 나타내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의 일가가 1910년 12월 중국 옌볜(延邊) 지역의 서쪽인 서간도로 망명하던 밤. 그의 부인인 독립운동가 이은숙 여사(1889~1979)는 이런 글을 적으며 각오를 다졌다.
‘서간도 시종기’를 쓴 이은숙 여사가 원고지와 펜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회영기념관 제공
서울 중구 이회영기념관은 11일 이 여사의 43주기를 맞아 1966년 그가 직접 쓴 독립운동 회고록 ‘서간도 시종기’를 12일 전자책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기념관은 17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해당 회고록을 바탕으로 이 여사의 생애를 돌아보는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도 개최한다.
12일 이회영기념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간도 시종기’ 육필 원고. 이회영기념관 제공
전시는 힘겨운 삶에도 꿋꿋히 독립의 길을 걸었던 이 여사의 생애를 고스란히 비춘다. 이 여사는 1932년 우당이 일제 경찰에 붙잡혀 고문 끝에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뒤 궁핍한 생활에도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원고에는 ‘매일 빨래하고 만져서 주야로 옷을 지어도 한 달 수입은 겨우 20원 가량 되니, 그마저도 받으면 그 즉시로 (베이징에) 부쳤다’는 내용이 있다. 삯바느질로 연명하며 홀로 오남매를 키우면서도 돈이 생기면 독립군에게 보낸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해성 예술감독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이 여사가 써내려간 원고에는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굳은 의지가 깊이 배어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여사가 누군가의 부인이나 어머니가 아닌 주체적 여성 독립운동가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