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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발표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1%로 시장 예상치(7.3%)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7.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0월 물가상승률이 올해 최소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11월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작은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하락하는 추세임을 보여줬다.
미국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4일(한국 시간 15일 오전)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미국의 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마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기 중단을 주장하는 ‘비둘기파’(온건한 긴축)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매파(고강도 긴축)’ 중심이던 연준은 내년 통화 정책 향방을 두고 비둘기파와 매파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 美 인플레이션 둔화…“물가 서프라이즈”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CPI 상승률 7.1%(전년 동월 대비)는 10월(7.7%)에 비해 확연히 둔화된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도 0.1%로 시장 예상치(0.3%)를 하회했다. 미 물가상승률은 6월 9.1%를 찍은 이후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외부 공급 충격에 취약해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11월 근원 CPI 상승률도 꺾였다. 전년 대비 기준 6.0%로 10월의 6.3%에 비해 내려갔다. 시장 예상치인 6.1%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2%였다.
특히 그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골칫거리’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해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10월(0.8%)보다 내려갔다. 특히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비용이 전월 대비 1.6% 하락한 것이 ‘물가 서프라이즈’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예상보다 내려간 물가에 금융시장도 들썩였다. CPI 발표 직후 스탠더드앤드퓨어스(S&P) 500 지수 선물이 3% 이상 뛰어 올랐고, 나스닥 지수 선물도 4%이상 급등했다.
● 연준 ‘비둘기파’ 힘 받나
CPI가 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4번 연속 0.7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던 연준은 내년 금리 인상 속도 등 통화 정책을 두고 비둘기파와 매파로 갈렸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연준이 둘로 나뉘어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시간 15일 오전 4시에 발표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4.25~4.5%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번 CPI 지표는 비둘기파에 힘을 실어주지만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아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장에는 긴축 정책의 효과가 누적돼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경기 침체로 미국에서 일자리 20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만약 연준이 실제 경기 위축이 올 때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가 소비자 부문 실적 악화로 수백 명 감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 물가가 내려가고 있다”며 “경기침체 위험은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강하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