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입원병동을 가동할 의사가 부족해 어린이 입원진료를 내년 2월 말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5명 중 4명이 전문의 자격시험 준비로 진료에서 제외됐고 전공의 신규 충원에도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길병원 사태는 의사 수급이 안정적이었던 수도권, 상급병원에서조차 필수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199명) 대비 지원자(33명) 비율은 16.6%에 불과하다. 길병원은 의사가 충원되는 대로 입원진료를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단 한 명의 전공의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상급병원도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소아진료 인프라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첫 미달을 기록한 이래 2021년 38%, 2022년 27%로 급감했다. 저출산으로 낮은 수가를 보충하기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소아청소년과 폐업이 속출한 탓이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이후 의료소송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다. 만성적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어린이들은 응급진료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원정을 다니고 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의사가 부족해지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