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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교육청, 자사-외고에 줄 보전금 9년째 안줘… 올해만 120억

입력 | 2022-12-14 03:00:00

정원 20% 기초수급자 등 의무 선발
결원 생길 땐 입학금 결손 등 보전
他 시도는 지급… 학교측 “예산 전용”
교육청 “법적문제 없어… 내년 지급”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에 지급해야 할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주지 않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미지급 금액이 올해만 약 120억 원에 달한다. 자사고 등에 사회 취약계층 선발을 의무화해 놓고 이로 인해 생긴 재정 보전 의무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내년도엔 보전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 9년째 못 받은 미충원 보전금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등 전국 시도교육청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학교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으로 인한 입학금과 수업료 결손액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액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넣어 보낸다. 2013년 법령을 개정해 입학 정원의 20% 이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 국가보훈대상자 등으로 의무 선발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자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상 사회통합전형은 일반전형보다 미달률이 더 높다. 올해도 사회통합전형 미달이 대거 발생하면서 서울의 경우 자사고에 98억9000만 원, 외고에 20억7400만 원이 교육청에 교부됐다.

문제는 서울 지역 자사고와 외고가 9년째 이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달까지 이런 보전금의 존재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 등 타 시도교육청은 해당 보전금을 각 학교에 지급하고 있다.

한 자사고 교장은 “지난달 교육부와 고교체제 개편과 관련해 간담회를 하면서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의 존재를 알았다”며 “몇 년 동안 시설 개선도 못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미충원 보전금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2014년) 이후 지급되지 않다 보니 일부에선 ‘음모론’까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자사고와 외고에 재정 압박을 해 일반고로 전환시키려고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까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 “법적 문제 없다” vs “예산 전용”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및 외고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해당 명목으로 보내더라도 반드시 그 용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본보 취재 이후 “내년도 미충원 보전금을 내년 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지급하지 않은 보전금의 사후 지급에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자사고와 외고 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예산 전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법령에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명시된 만큼, 이를 지키다 재정 결손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법으로 명시돼 있어 자사고와 외고에는 선택권이 없다”며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만큼 일반전형으로 충원할 수 없게 하려면 이에 대한 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충원 보전금이 지급되지 않던 기간 동안 서울지역 자사고 및 외고의 재정은 점점 악화됐다. A외고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사회통합전형에 해당하는 학생들도 줄다 보니 사회통합전형 정원을 채우는 게 쉽지 않았다”며 “1년 수업료가 약 900만 원 수준이라 10명만 미달되더라도 1억 원 가까운 금액이 비게 된다”고 말했다. B자사고 교장은 “체육관의 지붕 하나 고치는 것도 쉽지 않아 급속도로 낡은 건물이 돼 버렸다”며 “그간 보전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