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지출로 본 외국인 소비 변화 中관광객 줄어 면세점 결제 급감 일반병원 결제액 비중 3년새 2배
‘면세점이 대거 포진한 중구는 지고, 의료관광 앞세운 강남구는 뜨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등의 매출은 크게 줄어든 반면, ‘의료관광의 메카’로 꼽히는 강남구가 외국인 최대 매출 지역으로 떠올랐다.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주로 이용하던 면세점 결제액도 급감했다. 외국인의 업종별 카드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전체 결제액 중 20.4%였던 면세점 비중은 올해 4.3%로 뚝 떨어졌다. 이 자리는 백화점(29.9%) 호텔·콘도(24.6%) 등이 채웠다.
특히 외국인의 일반병원 결제액 비중(12.8%) 역시 3년 전(7.7%)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외국인의 의료관광 지출 비중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0년 개원 이후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강남구 병원 ‘차움’도 올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이동모 차움 원장은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 환자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중동과 미국인의 진료 및 건강검진 수요가 많아졌다”며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1인당 지출액도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병원 이용이 잦아지면서 질 좋은 병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강남구는 결제액 비중(31.8%)이 면세점들이 집중된 중구(29.9%)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강남구와 더불어 병원이 많이 포진한 서초구(4.5%→8.6%), 송파구(4.8%→6.7%) 역시 외국인 결제액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구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결제액 비중이 2019년(42.6%) 대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의료관광처럼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코로나19 시기에 K콘텐츠를 즐기며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문화, 예술, 공연을 연계한 상품으로 관광 소비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