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오늘 세계최초 국내 개봉 감독의 창조물로 채워진 압도적 화면에 감탄
제이크 가족을 받아준 멧케이나족 지도자 로날(케이트 윈즐릿·왼쪽)과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30년쯤 뒤인 어느 미래에서 만들어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지금 상영하는 게 아닐까.
장장 13년 만에 다시 찾아와 14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아바타’(2009년)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은 현재 촬영·시각효과 기술이라고는 믿기 힘든 ‘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미래에서 온 감독’이라 부르는 이유가 단번에 실감 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고맙다. 압도적인 화면에 놀라 걸핏하면 쩍 벌어지는 입을 잘 가려주니까.
전작에서 숨졌으나 유전자 기술을 통해 아바타로 다시 태어난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지구인 집단인 자원 개발 초거대기업 ‘RDA’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은 전편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RDA의 유전자 기술을 통해 아바타로 재탄생했다. 나비족과 똑같은 외모를 한 그는 제이크가 이끄는 숲의 부족 오마티카야족 터전을 침공한다. 숲은 쑥대밭이 되고 제이크 가족은 물의 부족 ‘멧케이나족’이 있는 해변으로 피신한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 수중 생명체인 툴쿤과 교감하는 제이크(샘 워딩턴) 부부의 아들 로아크(브리튼 돌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멧케이나족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 ‘일루’와 멧케이나족 전사들의 이동 수단인 거대한 날치처럼 생긴 ‘스킴윙’, 대왕고래 형상인 ‘툴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도 볼거리. 캐머런 감독이 창조해낸 생명체들이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오가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수초는 수중 유토피아를 완성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영화관용 영화란 이런 것”이란 캐머런 감독의 장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이야기 구조는 다소 빈약하다. 전편은 멸망 직전인 2154년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이 아바타를 내세워 판도라에 침공한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백인의 원주민 학살 역사를 빗댄 상상력은 참신했다.
하지만 익숙한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지며 전투만 반복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진다. 감탄이 거듭되는 장면은 많지만, 3시간 12분 내내 계속되니 갈수록 경이로움도 퇴색된다.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자주 강조하는 것도 아쉽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이 역대 최고인 전편의 흥행 기록을 깰지는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관객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에 3D 안경까지 쓰고 있자니 꽤나 답답하기도 했다. 캐머런 감독이 드디어 공개한 ‘판도라의 세계’를 제대로 즐기려면, 컨디션이 최상인 날 3D 포맷으로 최대한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길 권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