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적 이익 장기 접근” 강조… 韓은 이달 중 시행 규칙 개정 기대 바이든 “IRA 조정 필요성 인정”에 배터리 원료 규정 등은 해법 기대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 시간) 한국산(産)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세액공제) 차별 논란을 일으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모든 것이 하루나 일주일 또는 한 달 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달 중 미 재무부가 발표할 IRA 하위 시행 규칙을 통해 보조금 차별 조항을 유예하는 데 기대를 걸었다. 백악관이 일단 연내에 완전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IRA 조정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 원료 광물 원산지 규정이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상용차 인정 범위 확대 문제 등에선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한미 경제적 이익 고려 지점 도달은 확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IRA로 한국과 상호 혜택을 누리기 위한 미국의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과 전기차 관련 조항 등 IRA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해왔다”며 “이는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경제적 이익이 고려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앞으로 며칠이나 몇 주 안에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IRA는) 크고 복잡한 법안”이라며 “하루나 일주일, 또는 한 달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 그리고 동맹인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입증하는 장기적 접근법을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8월부터 시행 중인 IRA에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또 내년부터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터리 광물 규정’도 있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재무부 시행 규정을 통해 IRA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분명히 결함들이 있고 조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이달 배터리 광물·상용차 규정 완화” 관측도
일각에선 백악관이 IRA 시행 규정을 통해 배터리 광물 규정 완화나 친환경 상용차 범위 확대를 통해 동맹 달래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조금 대상 배터리 광물 원산지를 확대하거나 트럭이나 버스 외에 렌터카나 리스 차량도 상용차로 인정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최대 쟁점인 북미산 생산 규정 해법 제시가 늦어지면 유럽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을 두고 ‘보호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유럽은 내년 1분기(1∼3월) 내에 해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미는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7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체(SED) 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내놓은 미국 내 바이오 생산 강화와 해외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제한 시행명령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은 이도훈 외교부 2차관에게 “바이오 행정명령은 미국 내 제조와 해외 제조를 차별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