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수사] 사건 다음날 회의서 ‘보안 유지’ 지시… 일부 비서관 “덮을 일이냐” 반발 해경 간부 수사결과 발표 거절에 김홍희 前청장 “승진해야” 회유 徐측 “혼란 막으려 보안 지시 당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남북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민들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안보실 비서관)
서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안보실 소속 비서관회의에서 ‘입단속’을 하자 일부 비서관이 이같이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안을 빙자한 은폐 지침을 전달받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계자들이 첩보보고서 삭제 지시를 내리는 등 사건 은폐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안보실 비서관 “이게 덮을 일이냐”
앞서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군의 대비태세 점검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이 씨가 피살돼 시신이 소각된 사실이 외부로 일절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초기 대통령에게 상황 보고를 하지 않고 은폐를 결정 및 실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이 씨의 피살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제외하고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보낼 대북통지문에 이 씨를 ‘실종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북측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홍희, 승진 거론하며 회유
김홍희 전 해경청장
서 전 실장의 지침을 전달받은 김 전 청장은 당시 인천해경서장과 중부해경서장에게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은 “수사가 진행된 것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계급 정년을 앞두고 있던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에게 “올해 승진해야 하지 않느냐”며 브리핑을 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청장은 ‘자진 월북’의 근거를 찾기 위해 해경 정보과장을 국방부로 보내 통신첩보를 확인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이 씨가 한문이 새겨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왜 왔느냐”는 북한군의 질문에 대답을 미룬 사실 등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들이 포함된 메모를 보고하자 김 전 청장은 “안 본 걸로 하겠다”며 메모를 파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 전 실장은 해경 2차 수사 결과 발표에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실제 발견된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