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수사] 檢, 서훈에 ‘서해피살’ 보고 문건 확보 “徐, 우발 강조… 박왕자 사건과 차별”
국가정보원. ⓒ 뉴스1 DB
문재인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공개 시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제적 위신 실추와 대외 입지 위축까지 우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수사 과정에서 이대준 씨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경 국가정보원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한 문건을 확보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은 국정원에 “사건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그 파장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국정원 작성 문건에는 사건 공개 시 남북관계 경색 및 북한의 국제 위신 실추와 대외 입지 위축 등이 전망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정원은 ‘박왕자 씨 피살 사건’(2008년)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걸 언급하면서 북의 민간인 피살 사건 재발로 우리 국민의 대북 반감이 확산돼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이라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서 전 실장은 사건 공개 시 예상되는 대북 반감 확산과 대북정책 비판 등을 우려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고 ‘월북몰이’를 결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서 전 실장은 이 씨의 북한 해역 불법 침입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임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합법적인 금강산 관광 중 발생한 ‘박왕자 씨 사건’과 차별화하기로 결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서 전 실장은 다음 날인 24일 낮 12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제2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언론이 몰고 가는 프레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합법 절차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반면 서해 사건은 합법적 절차 진행 중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은폐와 관련된 일부 혐의로만 서 전 실장을 구속 기소한 검찰은 14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조사를 마친 뒤 첩보 삭제 등 관련 혐의에 대해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함께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