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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면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고, 대중교통 이용 중에 소변이 마려울까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런 사람은 더 늘어난다. 방광은 소변이 다 채워지면 팽창감을 느껴 뇌에 배출 신호를 전달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기온이 내려가면 배출 신호가 늘어 소변이 더 자주 마렵게 된다.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흔히 과민성 방광에 대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불편한 증상’ 정도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다른 질환이 우리 몸에 주는 신호일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 이정기 비뇨의학과 전문의(서울요양병원장)의 도움말로 과민성 방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성인 10명 중 1명이 과민성 방광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가운데 약 12.2%가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다. 여성의 발생률이 14.3%로 남성(약 10%)에 비해 높다. 특히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아 65세 이상은 10명 중 3명이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고령화와 함께 급증하는 질병으로 꼽힌다.이 병원장은 “과민성 방광 증상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당뇨병보다 더 크다”며 “잦은 배뇨감으로 인한 불안감은 대인 기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고령 환자는 갖은 배뇨욕구가 걸음걸이와 움직임을 변화시켜 낙상 또는 골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민성 방광은 질환이 아니라 배뇨장애 증상 중 하나이므로, 환자의 증상이 필수적인 진단기준이다. 과민성방광이 의심되면 병원에선 병력 청취, 신체검사, 소변검사, 배뇨일지 작성 등을 통해 진단한다. 배뇨일지는 환자가 3일에 걸쳐 본 소변 횟수, 소변량, 요실금 및 절박뇨 여부 등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다른 질환이 과민성 방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여성은 골반장기탈출증과 요실금, 남성은 전립샘(전립선) 비대증 등이 과민성 방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과민성 방광 증상이 있으면 이러한 비뇨기질환 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외에 만성 방광염, 당뇨병, 방광암 등 질환이 있을 때도 과민성 방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방광 부위 체온 유지가 중요
과민성 방광 환자에게는 먼저 행동요법을 추천한다. 요즘처럼 날이 추워진 겨울에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아랫배에 핫팩을 붙이거나 좌욕을 하는 등 방광부위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소변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참는 연습을 하며,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번 소변을 볼 때는 200~300cc 정도가 나올 수 있게 하고, 야간뇨가 심한 환자는 잠자기 2시간 전까지만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케겔운동을 통해 방광을 받치고 있는 근육을 단련하고, 하체 운동으로 방광 쪽 혈류를 개선하는 방법도 좋다. 케겔운동은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요도와 항문에 힘을 줘 5~10초 간 수축했다가 이완하기를 반복하면 된다. 매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행동요법과 병행할 때 효과가 크다. 이 때는 방광 수축력을 감소시키는 약이 사용된다. 하지만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방광 근육의 수축력을 저하해 소변을 전혀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한 뒤 적절한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보톡스 요법이나 수술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요실금과 전립선비대증 등 다른 비뇨질환이 함께 올 경우엔 해당 질환에 대한 수술이 이루어져야 과민성방광이 호전될 수 있다. 이 병원장은 “증상을 가볍게 여기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해 내원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과민성방광은 그 증상 자체로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비뇨기암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배뇨 횟수가 늘어나면 지체하지 않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