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양천구 한 음식점에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2020.9.16 (양천구청 제공)
A씨는 “대중교통은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데 굳이 교통카드 전용으로 하는 게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현금에 익숙한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비대면·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오히려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 디지털기기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어서다. 디지털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그만큼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커피숍에 병원까지…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 어르신들에겐 ‘벽’
연령별 디지털정보화수준.(과기정통부 제공)
이날 오전 마포역 인근의 커피숍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다가 도움을 받아 주문을 완료한 60대 신모씨는 “여기는 주문을 이걸로만 받아서 이것저것 눌러봤는데 잘 안 돼 결국 직원을 불러서 도움을 받았다”며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도 조급해지고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어서 어쩔 수 없고, 우리도 배워야 하지만 좀 더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서도 노인들의 불편함이 보였다. 이날 오후 서울 신촌의 한 병원의 진료과 앞에 마련된 접수 키오스크 앞에서는 특히 혼자 온 노인들이 접수에 상당 시간을 들였다. 결국 한 노인은 접수처 인근의 간호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60대 유모씨는 “이제는 익숙하지만 처음 왔을 때는 뭐가 뭔지 몰라서 계속 이상한 거를 바코드에 찍고 해서 한참 걸렸다”며 “이제는 자주 와서 하는 법 잘 알아서 하는데 처음에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70대 전모씨는 “사람들 만나느라 커피숍 등에 자주 가는데 키오스크가 설치된 곳은 아예 안 가는 주변 사람들도 있다”며 “요즘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장기적인 사회 문제…격차 해소 교육 강화해야”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작년 기준 69.1%로 장애인(81.7%), 저소득층(95.4%), 농어민(78.1%), 북한이탈주민(89.4%), 결혼이민자(89.5%)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세분화해서 보면 50대는 97%, 60대는 77.1%, 70대는 46.6%로 나타났다. 고령층 내에서도 특히 60~70대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크게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장기적인 사회 문제로 보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예전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술이 대신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연령에 따른 격차가 심각한 연령효과가 발생한다”며 “고령자들을 상대로 디지털정보화 능력을 키우는 적응형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수십년이 지나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노인들의 정보화 격차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기술 진화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한 대면서비스 병행 등의 안정망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당장 노인들의 디지털정보화 격차를 줄이려는 교육을 현재보다 더 강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