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동참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제재 참여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가 모두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해 독자 제재를 진행해왔지만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본과 네덜란드 등 반도체 동맹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조 위안(약 187조원) 이상의 반도체 산업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제재와 기술력 한계로 인해 중국이 제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설계 수준은 높지만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실리콘을 넘어 다양한 소재와 반도체 생산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 SMIC는 최근 7㎚급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진 극자외선(EUV)보다 수준이 한 단계 낮은 심자외선노광장비(DUV)를 활용해 수율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이 같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대중국 제재에 한국 동참을 강요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며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어서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만약 한국의 동참을 강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경우에는 각국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수출 통제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ASML의 전체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 일본도 지난해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액 중 4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반도체 제제는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제재가 장기화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제재로 관련 시장이 급감하면 미국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동맹국들의 이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지난 12일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WTO의 분쟁해결 절차 소송을 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며 국제 경제와 무역 질서도 파괴하는 보호무역주의”라며 “WTO 제소는 합법적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WTO에 공식 제소하면 미국은 60일간 이 문제와 관련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정식 재판에 들어간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