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국정원장 8명 연속 檢 수사, 5명 구속… 이 자체가 부끄러운 일

입력 | 2022-12-15 00:00:00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국정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올 7월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고발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살 사건 발생 다음 날 관계장관회의 직후 박 전 원장이 원장비서실장에게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의 검찰 조사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김만복 전 원장부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박 전 원장까지 정보기관장 8명이 한 명도 예외 없이 검찰에 출석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 수감됐다. 박 전 원장을 제외하고 검찰 수사를 받고도 구속이 안 된 전직 원장은 2명뿐이다. 박 전 원장의 전임인 서 전 실장은 박 전 원장에게 관련 첩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이병호 이병기 남재준,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원장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1999년 국정원 출범 이후 전직 국정원장 총 14명 중 11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중 7명이 구속됐다. 이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이 개혁 대상이 되는 현상이 반복된 데는 국정원장의 책임이 크다.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치적 중립 여부를 검증받는 권력기관장이다. 국정원장이 재임 중에 스스로 외풍을 차단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은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국정원장이 기존 관행이나 외압에 단호하게 맞서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기관의 사용자인 대통령 등 정치권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겉으로만 정보기관 개혁을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정보기관을 사유화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국정원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사라져야 국정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