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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 감독이 멘토링… ‘몬티 쥬베이’는 복도 많지

입력 | 2022-12-15 03:00:00

17일 상영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
김초희 감독이 시나리오-연출 조언
“멘토링 작품 내놓으려니 심히 우려
후배 김정민, 독보적 감독 됐으면”




“제 작품을 내놔도 부끄러운데 멘토링한 작품을 내놓으려니까…. 별로라는 사람이 속출하면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 심히 우려됩니다. 부모 같은 마음이죠.(웃음)”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2일 만난 김초희 감독(47)은 단편영화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의 일반 상영관 공개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다. 후배 김정민 감독(32)이 연출한 이 단편은 17일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한 차례 상영된다. 영화제 외에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건 처음이다. 김초희 감독의 단편 ‘우라까이 하루끼’도 함께 상영된다.

김초희 감독은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국내 영화제 상을 휩쓸며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주연배우 강말금도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독차지했다.

김초희 감독(아래)과 그의 멘토링을 받아 단편영화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을 연출한 김정민 감독(위). 왼쪽 작은 사진은 봉태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해당 영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CJ문화재단 제공 

김초희 감독은 CJ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진행한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스토리업’을 통해 지난해 김정민 감독을 만나 ‘몬티…’ 시나리오 수정과 연출에 대해 조언했다. 김초희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택한 이유에 대해 “단편은 색깔이 분명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나리오가 특이했다”며 “요즘 친구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멘토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몬티…’는 전업주부 완수(봉태규)가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는 기구 ‘호’를 발명해 사업을 하겠다는 부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이야기다. 부인은 하와이 출신 남성 몬티 쥬베이와 사업을 한다며 일본에 가지만 사업은 진척이 없고 뭔가 수상하다.

김정민 감독은 30분짜리 단편을 22개 챕터로 쪼개 단편 속 초단편처럼 구성했다. 완수가 돈을 빌리러 찾아간 사채업자와 장난감 제조업자 등 크게 관련 없는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쌓아가는 형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날 함께 만난 김정민 감독은 “흔히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하는데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것 위주로 담으며 반대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재밌게 봤는데 김초희 감독님이 멘토링을 해주신다고 해서 기뻤다”며 “감독님이 거친 시나리오를 현실의 틀로 당겨오는 역할을 해주셨다”고 했다.

시나리오 초안에는 욕설이 많았지만 김초희 감독이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자”고 조언해 상당수 빠졌다. 이 영화에 배우 강말금의 출연을 주선하는 등 크고 작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민 감독은 “이전에도 단편을 만들었지만 멘토링을 받아 만든 이번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며 “객관적인 조언을 들어 영화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초희 감독은 이날도 후배에게 부산 사투리로 “이 영화는 분절이 많아서 감정이 쌓이기 어려우니까 내레이션을 바꿔서라도 감정을 쌓아보라고 내가 말했나 안 했나. 단디(제대로) 하라고 말했다”라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정민이는 확실히 독특한 색깔이 있거든요. 그 색깔을 알아보는 투자자를 만나서 독보적인 감독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를 좀 끌어주면 더 좋고요. 하하.”(김초희 감독)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