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주의 작가 키키 스미스 서울시립미술관서 ‘자유낙하’ 展 40년 예술세계 담긴 140여점 전시 몸 소재로 ‘생명의 취약함’ 표현
벌거벗은 여성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어딘가로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긴박함이 없다. 오히려 편안해 보일 뿐.
키키 스미스의 ‘자유낙하’(1994년). 작가 자신의 나체를 담은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키키 스미스,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해당 작품명을 부제로 올린 특별전 ‘키키 스미스-자유낙하’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15일부터 열린다. 14일 화상 인터뷰에서 작가는 “자유낙하란 제목엔 믿음을 갖고 두려움 없이 살고 싶단 마음이 담겼다”며 “자신을 믿고 오랜 시간 예술 작업을 해온 동료 예술가들을 보며 나 또한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연대별, 주제별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보배 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정규 미술 수업을 받지 않고 조각가와 오페라 가수인 부모 밑에서 자란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조각이나 드로잉 등을 넘나들며 얽매이지 않았던 실험 정신을 이번 전시에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작업 중인 키키 스미스. 그는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해 대형 작품이 많지 않다고 한다. ⓒNina Subin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주제의식은 오롯하다. 스미스의 핵심 소재인 ‘몸’을 따라가면 된다. 주철로 구부려 신체기관을 만든 ‘소화계’(1988년)처럼 그는 신체의 일부를 작품으로 자주 다뤘다. 이는 임신중절 등이 이슈가 됐던 198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개인사도 투영됐다. 그는 당시 아버지와 여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며 “생명의 취약함”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몸에 대한 관심은 여성주의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전시장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조각상 ‘메두사’(2004년)처럼 여성의 신체를 다룬 작품이 많다. 스미스가 직접 웅크리고 누워 테두리를 그린 ‘꿈’(1992년)과 늑대 배를 가르고 나오는 여성 조각 ‘황홀’(2001년)도 마찬가지다.
키키 스미스가 직물로 직조한 작품 ‘하늘’(2012년). 작품 사진은 리처드 개리가 촬영했다. ⓒ키키 스미스, 페이스 갤러리 제공
“한국은 제게 큰 의미가 있는 나라예요. 과거 한국은 종이를 바닥에 깔고 열이 나오는 ‘온돌’로 집을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종이의 물성을 이렇게도 다룰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게, 제 예술세계에 큰 충격을 줬거든요. 조만간 한국을 찾아 한지와 온돌 문화를 배우길 소망합니다.”(스미스)
내년 3월 12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