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환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인터뷰
고성환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7일 서울 종로구 방송대 총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과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단기 수료 과정 등 다양한 비학위 과정을 만들어 국민의 교육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누구나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학습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입니다.”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에서 만난 고성환 총장은 인터뷰 내내 ‘학습 복지’를 강조했다. 학습 복지란 국민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는 권리를 누린다는 의미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습 복지가 왜 중요한가.
―방송대가 학습 복지에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나.
“방송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격 교육을 도입한 대학이다. 75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다른 대학보다 훨씬 적은 한 학기 34만∼37만 원의 등록금으로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 재학생의 40%가 약 190억 원의 장학금도 받고 있다. 그만큼 고등교육 접근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일반 대학에선 ‘비인기 학과’를 없애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인 시대에 방송대는 학문 간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취업문이 좁아진 탓에 인문학이 외면받고 있지만, 학문적인 관심과 수요는 분명히 있다. 사회에서 자리 잡은 뒤 문학, 철학, 역사 등의 강의를 찾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은 꼭 이뤄져야 한다. 방송대는 비학위 과정으로도 이런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방송대에도 위기일 텐데….
―평생교육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다양한 학문적 관심을 반영해 ‘비학위 과정’을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일정 학점 이상을 수강하면 수료증을 주는 형태도 가능하다. 학위가 없더라도 교육 과정을 잘 이수하고 있는지 평가나 관리를 하는 것이다. 방송대가 2012년 도입한 ‘프라임 칼리지’도 그중 하나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은 정규 학위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평생교육 과정에 입학해 학점을 따고, 이후 원하면 학위 과정으로 바꿀 수 있다. 취업 후에도 자기개발에 힘쓰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올 2학기 지원자가 전년 대비 158% 늘었다.”
―교육 기회의 확대를 위해 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생활체육지도학과 3학년 편입생을 올해 처음 선발한다. 대학에 다니고 싶어도 출석 일수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운동선수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 학생 운동선수 중에는 프로에 가거나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진로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운동과 관련한 진로를 계속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원격수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방송대 강의는 일반적인 온라인 강의를 벗어나 방송 프로그램 형식을 갖출 정도로 진화해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인프라와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대학도 많았다. 미래 교육은 원격 교육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방송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방송대는 전 세계 원격대학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예전 라디오와 우편부터 지금 온라인과 모바일까지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봤기 때문에 각 나라에 맞는 시스템을 전수할 수 있다.”
―앞으로 방송대가 나아갈 방향은….
“진정한 학습 복지 실현을 위해선 누구나 무상으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 방송대는 이를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교육기관이다. 방송대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1000억 원가량 늘어나면 공부하길 원하는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방송대를 잘 활용해 국민의 교육 기회를 늘려 주길 바란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