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돈세탁 등 8개 혐의 기소
교도소로 호송되는 ‘美 사상최대 금융사기꾼’ FTX 창업자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 창업자(가운데 양복 차림)가 13일(현지 시간) 카리브해 바하마 수도 나소의 법원에서 보석 청구가 기각된 뒤 다시 폭스힐교도소로 호송되고 있다. 그는 고객들의 투자금 18억 달러(약 2조3337억 원)를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바하마에는 FTX 본사가 있다. 미국 뉴욕 남부지검은 그를 기소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사건 중 하나”라고 밝혔다. 나소=게티이미지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한 세계 3위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가 카리브해 바하마에서 체포된 다음 날인 13일(현지 시간)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금융·사법 당국은 그가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를 받은 뒤 해외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고 정치 후원금을 뿌렸다고 소장(訴狀)에 적시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중 하나”라고 밝혔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처음부터 속임수였다. ‘카드로 만든 집’을 지어 놓고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이라고 사기를 쳤다”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검은 이날 뱅크먼프리드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을 공개했다. SEC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뱅크먼프리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 “고객 돈을 돼지저금통처럼 사용”
美증권거래위, ‘FTX 사기’ 기자회견 거비어 그레이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국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3일 뉴욕 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게시물에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여 사적 이득을 취함’ 등 혐의가 적혀 있다. 뉴욕=AP 뉴시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전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해 투자를 받은 뒤 몰래 프로그램을 조작해 무력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알라메다는 고객 돈을 마음대로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 SEC는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에) 사실상 한도 무제한의 신용카드를 쥐여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 “자금 사용 기록 전혀 안 남겨”
뱅크먼프리드는 ‘사기가 아니라 경영 실패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사 출신 미국 뉴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리베카 로이페는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범인들이 ‘나는 몰랐다’며 무지(無知)를 주장하는 것은 오래된 수법”이라고 NYT에 말했다.
미국은 조만간 바하마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검찰은 기소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바하마에서 체포된 후 보석을 청구했지만 13일 기각됐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