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우경임]급증하는 고독사

입력 | 2022-12-15 03:00:00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50, 60대면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다. 그런데 고독사의 절반이 50, 60대 남성에게서 발생한다. 평생 일만 하다 가족과 유대감을 쌓지 못한 데다 식사 빨래 같은 집안일에 미숙한 50, 60대 남성은 실직하거나 이혼하면 급격히 무너진다. 나약하다는 낙인이 두려워 고독감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질병과 가난을 안은 남성은 ‘삼식이’(세끼 모두 집에서 먹는 남편) 대접조차도 받지 못하고 가족과 영영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지만 법적으로 정의되는 고독사는 존재의 본질로서 외로움과는 다르다. 가족 친척 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정부가 처음으로 고독사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3378명으로 집계됐는데 5년 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사망자(31만여 명)의 1%를 넘어선다. 남성이 여성보다 5.3배나 많다.

▷고독사의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아예 주민등록이 말소된 무연고자들의 죽음이다. 이런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족 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이웃 공동체 붕괴, 플랫폼 노동과 같은 ‘나 홀로’ 일자리 증가 등으로 사회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개인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극단적인 고립 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2018년 영국은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다. 전체 인구 중 약 900만 명이 고독을 느끼는데 600만 명은 고독을 감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고독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만성화된 고독은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므로 의료·경제 등에 부담을 주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각한 일본도 내각관방 내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해 두 나라 고독장관은 양자회담을 열고 “고독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며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 하나의 연결된 관계도 없이,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1000번 이상 청소한 유품정리사 김새별 전애원 씨는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살아생전 이들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물음이면서,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