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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우주 시대 이끌 충분한 책임과 권한 가져야[동아시론/안재명]

입력 | 2022-12-15 03:00:00

경제성과 민간 역할 중시, ‘뉴 스페이스 시대’
민관 협력-투자 효율 높여야 하는 우주항공청
기능-조직 구성부터 폭넓은 의견 수렴 필요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전통적으로 선도국 정부가 주도해 왔고, 보수적이어서 변화가 크지 않았던 우주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민간 영역의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우주 시스템의 중요한 가치가 ‘최고의 성능’에서 ‘경제성’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소수의 대형 시스템 대신 다수의 소형 시스템이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사업가들인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각각 스페이스엑스(Space X), 블루 오리진(Blue Origin)과 같은 우주 기업을 통해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지구 전역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주 관광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달의 뒷면과 화성에 착륙선을 보냈고, 우주 분야 후발국인 아랍에미리트가 화성 궤도선 임무에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은 인류의 달 복귀를 위한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아폴로 계획 이후 50년 만의 유인 탐사를 추진 중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에 오래 남을 역사적인 한 해이기도 하다. 6월에는 작년 1차 발사 때의 아쉬운 결과를 딛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비행시험에 성공하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t 이상의 실용 위성을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나라가 됐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중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연료 절약을 위해 비행 궤적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8월에 무사히 발사되었고 몇 차례의 성공적인 궤도 수정 기동을 거쳐 달 궤도 진입을 앞두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우주 프로그램의 성과에 기뻐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책임감도 커졌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된 우주 프로그램들처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우주 분야 발전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우주 분야의 성과를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만들어진 장기 계획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말에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착륙 임무를 비롯한 주요 임무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방향 및 지원 방안을 담고 있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여 이를 실현한다고 한다.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확보와 체계 개발에는 꼼꼼한 중·장기 실행 계획의 수립과, 세계 우주 산업 흐름이 반영된 새롭고 도전적인 사업의 기획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우주의 쓰임새가 점점 늘어나고 중요해짐에 따라,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많은 우주 사업들이 생겨나고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이나 중복 투자와 같은 부작용 발생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율 기능이 요구된다. 또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나갈 민간 우주 기업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고, 우주 부문 공공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우주항공청은 균형감을 가지고 이러한 중장기 기획 및 계획, 관련 부처 및 사업 간 조율, 민간 우주 산업의 장려와 공공-민간 부문 사이의 협력 역할들을 종합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우주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컨트롤 타워에 대한 필요성은 상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우주 커뮤니티에서 제기되어 왔고, 관련한 다양한 논의와 의견 개진 또한 있어 왔다. 그러한 기대가 큰 만큼, 발표된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에 대하여 희망과 우려가 섞인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한 것들만 하더라도, 핵심 기능이 연구인지 행정인지, 부처 간 조율 권한을 어떻게 확보할지, 기존 기관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지 등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이슈들이 있다. 정부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우주항공청의 기능과 조직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향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우주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초석이 우주항공청의 설립인 만큼, 변화를 겁내지 않으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