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12회 맞은 다문화상… 3개 부문 12팀 수상 ○ 다문화 가족 부문 한국 생활 22년 차 이지영 씨 대상… 다문화가정 롤모델 되려 역량 강화 인도네시아 교사 출신 나왕엔다 씨… 다문화 이해 강사로 가르침 이어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2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복정 심사위원, 성상환 심사위원장,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자한길 알럼 마석이주극장MMT 대표, 손경화 전남 광양시 가족센터장, 송지은 심사위원, 김서량 씨, 문미선 광주 북구 가족센터장, 이인숙 씨, 나왕엔다 씨, 이찬우 군, 이지영 씨, 김채원 씨, 구마리 씨, 설수현 씨와 아들, 박순심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중국 출신 이지영 씨(42·여)에게 대구는 ‘제2의 고향’이다. 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유학을 왔던 이 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6년 결혼했다. 어느덧 한국 생활 22년 차에 접어든 이 씨. 이제는 중국에서 살았던 시간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비슷해졌다. 이 씨는 “중국에 갔다가 돌아와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한국이 새로운 고향임을 느낀다” 말했다.
○ ‘제2의 고향’서 9개 자격증 취득
이 씨가 처음부터 한국에 쉽게 적응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어에 서툴렀던 이 씨에게는 외출 한 번도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집에 오는 길을 잘 찾지 못할까 봐,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할까 봐 늘 걱정스럽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 씨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부딪쳐 가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모임을 만들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대화를 한국어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실력을 키웠다. 2016년 대구한의대 다문화복지한국어학과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국어교원자격증, 사회복지사 자격증, 심리상담사 자격증 등 최근 3년 동안 딴 자격증만 9개에 달한다. 이 씨는 ‘제12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가족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씨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 그동안 한국 생활에 도움을 준 가족들과 친구, 직장 동료들을 떠올리다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씨는 “앞으로도 더 많은 다문화 가족을 돕고 싶다”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든든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과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날 시상식에는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다문화 가족, 공헌, 청소년 부문에서 개인과 단체 등 12팀이 수상했다.
○ 서로가 정착 돕는 다문화 가족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내빈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나왕엔다 씨(45·여)는 인도네시아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14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한국에 왔다. 나왕엔다 씨는 현재 다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인도네시아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처럼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다문화 가족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여가부의 2021년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결혼이주여성 등의 비율은 2015년 25.7%에서 2018년 29.9%, 2021년 37.9%로 증가했다.
베트남 출신 설수현 씨(32·여)는 ‘싱글맘’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느라 바쁜 와중에도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를 한다. 그 역시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필리핀 출신 박순심 씨(38·여)는 식품가공회사에서 일하며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은 몸이 불편해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박 씨는 3남매가 모두 성장하면 한국에서 필리핀 전통 의복을 판매하는 가게를 창업하는 것이 꿈이다.
이 차관은 이날 “어려운 환경을 뚫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다문화 가족의 모습이 미래 세대에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