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놓고 샅바싸움 계속 野 “부자 감세 저지, 서민 감세 확대” 與 “감액 수정안 협상 여지 없다” 국회의장 ‘오늘 본회의’ 입장 불변
지난 8일 김진표 국회의장실에서 예산안 처리와 연말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여야 원내대표. 2022.12.8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수정안을 갖고 협상할 여지는 전혀 없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협상을 거부하면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 시한으로 정한 15일을 하루 앞두고도 여야의 대치는 이어졌다. 13일 밤과 14일 계속된 물밑 협상에서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해 국회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우리가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지만 대통령이 법인세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린 상황에서 협치의 공간이 제약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단독 예산안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이 끝내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할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수정한 예산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정부는 야당이 짠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야당 단독 예산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김 의장에게 달려 있다. 8일 민주당의 단독 예산안 상정을 거부했던 김 의장은 15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 단독 예산안을 피할 수 없다”는 기류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정안은 정부안에서 1조8000억 원을 감액한 것이라 정부 사업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무리한 양보를 하느니 차라리 민주당 마음대로 (예산안을) 하게 해 그 후폭풍과 역풍도 다 민주당이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