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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돈 된다… 위성 제어하고, 우주쓰레기 해법 찾는 기업들

입력 | 2022-12-15 03:00:00

[민간 우주 호모 스페이스쿠스 시대]〈1〉우주 개발, 정부서 민간 주도로



6월 성공적으로 우주로 날아오른 누리호 발사 장면. 동아일보DB


“2032년엔 달에, 2045년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

지난달 정부가 야심 찬 우주경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우주를 향한 기업들의 꿈도 부풀고 있다. 우주에서 먹거리를 찾고, 상업 공간으로서 우주를 이용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에서 꿈은 물론 돈을 캐는 새로운 인류인 ‘호모 스페이스쿠스(HomoSpacecus)’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주개발의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1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그날, 일본의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민간 기업으론 세계 최초로 달착륙선을 발사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우주에서 금맥을 캐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주의 활용 분야가 의료, 통신, 데이터, 신소재, 관광, 물류, 자원 등으로 끝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우주 스타트업도 관심을 얻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주 스타트업의 민간투자 유치 금액은 2020년 30억 원에서 지난해 121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우주개발의 잠재적 위험요소인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고성능 카메라로 지구 대기를 분석하는 위성데이터 기술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위성으로 지구 성분 분석해 정보 판매”… 우주기업 영역 무한대


내년 누리호에 ‘고성능 카메라 위성’… 우주쓰레기 자체 감축 기술도
스타트업들, 우주산업 잇단 도전



“인공위성은 수단일 뿐이죠. 수익은 ‘정보’에서 나올 겁니다.”

2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우주 스타트업 ‘루미르’.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암실 같은 방에서 ‘근접전계시험장치’라는 장비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인공위성에서 쏘는 전자파가 지구상의 물체에 잘 닿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치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꼬마위성’은 내년 상반기(1∼6월) 3차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기존 인공위성과 차별화된 고성능 카메라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 지구의 ‘성분’까지 파악해 ‘정보’를 판다

루미르가 인공위성을 띄우는 진짜 목표는 ‘정보’다. 남명용 루미르 대표는 “떡을 예로 들면 인공위성은 품질 좋은 쌀을 빻고 찌는 프로세스일 뿐”이라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팔기 위한 ‘떡’은 누적된 영상으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공위성을 통해 이미지를 수집, 분석 및 활용하는 위성 데이터 사업의 활용도와 시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등을 파악해 대기오염을 측정 및 분석할 수도 있고, 대규모로 경작되는 곡물 수확량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루미르가 인공위성에 실어 보낼 초분광 카메라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자외선 영역의 주파수 256개까지 측정하고, 각각의 측정값을 ‘선’으로 연결한다. 이 선의 형태를 분석하면 형태만 파악하던 기존 카메라와 달리 측정한 대상의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가령 공장의 연기를 측정한다면 해당 연기가 어떠한 유해 물질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루미르는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관측이 가능한 영상레이더(SAR) 탑재 위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분광 위성과 SAR 위성을 각각 18개씩 띄워 데이터를 융합한 정보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남 대표는 “위성융합 데이터 시장은 시작에 가깝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독보적 위치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 모터 기술로 우주 공략…우주쓰레기도 해결

경기 용인시에 있는 인공위성 제작 업체 ‘루미르’의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인공위성 부품의 회로 배치를 확인하고 있다. 루미르 제공 

6일 경기 평택시에서 만난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로봇 박사’다. 1999년 설립된 져스텍은 원래 모터를 만드는 회사다. 회전운동을 하는 일반 모터보다 정밀성이 뛰어난 리니어 모터로,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장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2015년 김 대표는 이 모터의 활용처를 ‘우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져스텍 연구실에서 제작 중인 모터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5cm에 불과한 작은 정육면체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모터는 인공위성의 위치와 자세를 제어하는 위치제어모듈에 들어갈 핵심 부품이다. 우주에선 인공위성의 방향을 바꿔주며 ‘텀블링’을 제어하는 모터가 꼭 필요하다.

지난 7년간의 연구는 내년에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와 함께 발사될 초소형 위성을 통해 ‘우주 인증’을 받기 위한 실증 테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주에서 검증받으면 단가가 기존의 2∼3배로 뛸 것”이라며 “필수 기술인 위치제어모듈 기술을 그동안 해외에 의존해 왔는데 이를 국산화,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위성 발사가 늘어나며 심각해지는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도 있다. 카이로스페이스는 내년 누리호 발사 때 인공위성이 외부 도움 없이도 스스로 궤도를 이탈하는 ‘디올빗(DEORBIT) 시스템’을 실증할 예정이다. 인공위성의 임무 기간이 종료되면 납작한 상자 형태의 장치가 마치 용수철처럼 길게 펴지면서 위성의 체적(體積)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저항을 높여 지상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원리다.

정부의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권고안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야 하는 기간은 임무 종료 후 25년 이내. 김양수 카이로스페이스 본부장은 “지구 상공 700km 기준 6kg 무게 인공위성의 궤도 잔존 수명은 85년이지만 우리 기술을 통해 18년으로 낮출 수 있다”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격이 강한 우주쓰레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인 뒤 위성통신 분야로 진출해 2027년까지 연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평택·용인=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