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명한 경제 잡지 ‘포춘’과 ‘포브스’ 표지 모델을 장식했던 샘 뱅크먼프리드는 이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차기 워런 버핏?’이란 포춘지 하단 문구가 무색하다. 사진은 엔리케 단스(Enrique Dans) IE 비즈니스스쿨 교수 미디엄 블로그 게시물 갈무리.
15일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뱅크먼프리드를 기소한 뉴욕지검이 작성한 공소장(추정)에 두 번 등장하는 한국 관련 단어를 소개하며 “FTX 임원진이 알라메다(뱅크먼프리드의 사적 펀드)의 막대한 부채를 숨기는 데 ‘한국’ 계정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설립한 FTX에서 측근인 FTX 고위 임원들과 함께 FTX 고객 예치금을 개인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 부채 상환 등 목적으로 사적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죄목으로는 사기 및 돈세탁 모의, 금융법 위반 등 8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니샤드 싱 이름으로 된 이 깃허브 계정에는, 코드 입력 시 자동완성기능과 같은 ‘코드 스니핏’을 작성한 흔적이 있는데, 이 중에는 한국을 뜻하는 ‘Korea KYC’와 ‘BD expenses accounts(비용 계좌)’라는 문구도 발견됐다고 한다. 전자는 이미 한국이란 단어가 직접 언급되고, 후자의 경우에도 ‘Korea expenses(한국 비용)’ 계좌에 연동됐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미 상품거래위원회(US CFTC)는 뱅크먼프리드 등이 80억 달러까지 치솟은 알라메다의 부채를 알라메다의 것으로 쉽게 식별할 수 없는 FTX 고객 계좌로 숨겼다고 보고 있는데, 바로 이 계좌를 뱅크먼프리드는 “our Korean friend’s account(우리 한국인 친구의 계정)”이라고 칭했다는 게 CFTC의 주장이다.
CFTC는 이 ‘한국 계정’을 알라메다의 하위 계정으로 적시했지만, 이 계정이 ‘알라메다리서치닷컴’으로 열린 게 아니고, 알라메다 관련 계정으로 쉽게 식별되는 계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뱅크먼프리드 등이 언급한 ‘우리 한국인 친구’가 정말 존재하는지, 있다면 누구인지에 쏠릴 전망이다. 한국에 있는 계좌일 수도 있고, 한국인의 계좌일 수도 있지만, 그저 암호 같은 칭호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척할 수는 없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 2022.05.17 /뉴스1
블룸버그는 이번 한국 관련 의혹에 대해 니샤드 싱과 뱅크먼프리드 측 및 FTX 임원진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구체적인 이름이 공개된 니샤드 싱은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은 아니다.
또한 블룸버그는 이번에 확인한 문서에는 뱅크먼프리드가 지난 9월쯤 알라메다를 폐쇄하는 것까지 고려했었던 정황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뉴욕지검은 뱅크먼프리드 등이 FTX 고객 예치금을 알라메다 부채 상황 등에 사용하는 사적 유용을, FTX 설립 첫해인 2019년부터 지난달 파산 직전까지 실행 또는 계획해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암호화폐 전문매체 블록미디어에 따르면 FTX 파산에 따른 국내 피해 규모는 4조 5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