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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내년에도 계속 오른다”…4억 대출시 월이자만 266만원

입력 | 2022-12-15 14:49:00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이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최종금리 목표는 기존의 4.6%에서 5.1%로 높이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해 차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정부 개입 등의 영향으로 연 8%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잠시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힘에 따라 다시 8%대를 향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빚 부담은 한동안 커질 전망이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3.75∼4.00%)보다 0.50%p 높은 4.25~4.50%로 올린다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4연속으로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가 12월 인상 폭을 낮추며 ‘빅스텝’으로 보폭을 줄였다. 이번 빅스텝은 시장에서도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연준의 내년 말 최종금리 목표는 시장 예상을 넘어섰다. 연준 의원들은 내년 최종금리를 기존의 4.6%(중간값)에서 5.1%(5.00~5.25%)로 높여 잡았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에도 0.75%p를 인상해야 한다. 사실상 현재로선 내년 중에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뉴스1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p 낮았으나,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가 1.25%p로 확대됐다. 지난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밝힌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예상치는 3.5% 내외였다. 각국 최종금리 전망을 기준으로 한미 간 역전 폭은 1.5%p를 넘는다. 기존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5%p(1996년 6월~2001년 3월)인데 22년 만에 최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시장이 만약 급속한 자금 유출, 환율 상승 등 불안에 빠진다면 한은 역시 예상보다 긴축 기조를 강화하거나 길게 가져갈 수 있다. 한은은 일단 1월 18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 수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한동안 주춤했던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다시 연 8%를 향해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8% 진입을 눈앞에 뒀다가 정부 개입 등의 영향으로 현재 7% 중반(연 7.607%)까지 내려왔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막기 위해 금융업계에 수신경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대출금리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금리 상승 압력을 억눌러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의 금리 관리 노력 등으로 일부 대출금리 상승세가 진정됐으나, 기준금리,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이 또한 역부족일 것”이라며 “대출금리도 다시 8%를 향해 서서히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장기간 오르면서 차주들의 빚 부담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33만원(연간 약 1596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9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8%로 오르면 초기 월이자는 266만원(연간 약 3192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300만원 가까이(294만원)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528만원으로, 직장인 연봉의 상당 수준에 육박한다.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한은 데이터 등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경우 대출자들의 전체 이자 부담은 연간 약 3조45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이후 9차례 기준금리가 인상(2.75%p)된 것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37조9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8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지만 최종금리를 상향하고 인상 기조를 유지한 만큼 현재로선 내년 금리 인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자금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