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2022.12.15.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서비스 물가가 빨리 내려오지 않기에 금리는 계속 높아야 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4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내년 5% 이상까지 꾸준히 올리고 높은 상태에서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상황에선 내년에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도 못 박았다.
그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크고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아직 우리의 목표인 2% 물가에 도달하기까지 충분히 긴축적 수준에 있지 않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최근의 지표는 환영할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시장 과열로 인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도 상품 인플레이션은 공급망이 안정되며 잡히고 있고 ‘골칫거리’였던 주거비 역시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갱신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55%를 차지하는 비(非)주거비 관련 서비스 물가가 문제다. 노동시장 과열로 임금이 매우 높다”며 “우리가 한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11월 CPI 상승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근원 CPI 상승률이 6%로 연준의 물가 목표치 2%의 3배나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내년 최종금리 기준금리 중간값으로 제시된 5.1%는 5.0~5.25%를 의미한다. 연준은 내년 0.75%포인트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빅스텝(0.5%포인트)를 인상을 한 번 더 단행할 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중요한 것은 최종 금리 수준과 유지 기간”이라며 “속도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2월에도 적용된다”고만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 3월 연속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관측이 힘을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금리 선물 거래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라고 믿고 있고 내년 경기침체 때문에 고강도 긴축 지속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롬 파월의 암울한 인플레이션 전망이 시장과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EP에 따르면 FOMC 위원 2명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점쳤다. 매튜 루체티 도이체방크증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예측한 실업률 상승은 경기침체 없이 일어난 적이 없다”며 “연준의 경제전망은 경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날 오전 뉴욕증시는 연준의 ‘비둘기’에 힘이 실릴 것을 기대하며 상승하다 오후 2시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고 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파월 의장이 “현재 물가 2% 도달을 위한 충분한 긴축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충분히 긴축적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도 발언해 하락폭은 1%에 못 미치는 소폭에 그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