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올해 급격하게 오른 금리가 내년에도 가계와 기업들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긴축의 고삐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3%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연준을 따라 최종금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연준 따라가면 민간 이자부담 33조 급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2022.12.15. (워싱턴=AP/뉴시스)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오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5%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상단이 5.25%에 달해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였던 1.5%포인트(2000년 5~10월)보다도 커지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 “최종금리 수준, 환율 움직임이 변수”
2020.12.1/뉴스1
실제로 올 3분기(7~9월)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현금창출 능력은 이미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앞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1조44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조4754억 원)보다 24.7% 줄었다.
특히 채권 시장 경색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 원 늘며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회사채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한은이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금융시장의 반응에 따라 향후 경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합리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환율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