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인 4.25∼4.5%로 높아졌다. 연준이 내년 중에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세계적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최소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네 차례의 0.75%포인트 인상에 비해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축소됐다. 6월 9%대로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7%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초점은 물가를 목표인 2%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지, 내리는 게 아니다.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내년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다. 연준은 내년에 5.25%까지 금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돼 ‘킹달러’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외국 자금 유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부담스러워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 처지다.
한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중첩된 역대급 경제 한파에 진입했다.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깊어지고, 기업의 줄파산도 나타날 수 있다. 근로자, 자영업자, 기업, 정부와 정치권이 ‘원 팀’으로 힘을 합쳐 조금씩 더 인내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이겨내기 힘든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