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제 폐지-발사체연구소 신설에 “수족 다 잘라” 발사체본부 6명 사표 항우연측 “조직 효율화 위한 개편”… 인사 갈등에 3차 발사 차질 우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직개편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동아일보DB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등 한국의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조직개편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누리호 주역 중 한 사람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55)은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12일 과기정통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발사체본부는 항우연 내 독립 사업본부 격으로 과기정통부에서 본부장 인사권을 갖고 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를 통해 “(조직개편으로) 발사체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며 “기존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했다. 고 본부장과 함께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발사체본부 소속 부장 5명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측은 최일선 기술개발 조직인 ‘팀’ 제도를 갑작스럽게 폐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발사체본부가 누리호 추가 발사, 차세대발사체 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의 기술 이전 등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 본부장은 “정부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 제3조에 규정된 연구개발조직 추진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추진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 등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인사권을 둘러싼 항우연과 발사체본부의 오랜 갈등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본부는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후 과기정통부가 발사체 개발조직을 항우연에서 떼어내 직접 관할하는 형태로 만든 조직이다. 2019년 임철호 전 원장의 회식자리 직원 폭행 사건 등도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발사체본부와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원장 사이의 구조적 대립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