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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청년들 “우릴 지배했던 佛과 어깨 겨뤄 뿌듯”

입력 | 2022-12-16 03:00:00

[WORLD CUP Qatar2022]
佛-모로코 4강전으로 들썩인 파리
“패배 아쉽지만 阿 첫 4강 자부심”
흥분한 팬들, 벨기에 등서 난동도



프랑스와 모로코의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이 열린 14일(현지 시간) 밤 프랑스 파리의 파리국제대학촌 모로코관에서 모로코 축구팬들이 단체 응원을 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가 우리를 오랫동안 식민 통치했지만 오늘 우린 경기장에서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어요.”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로코 국가대표팀이 프랑스에 패배했지만 14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모로코관 강당은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이곳에서 경기를 관람한 모로코인 유학생 아클라 마리아 씨는 “우리가 져서 아쉽긴 하지만 우리 축구대표팀이 높은 수준에 이른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기 직후 파리의 대학촌은 물론이고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일대 등 주요 도심에 프랑스와 모로코인 젊은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양국 젊은이들은 자국 국기를 몸에 두른 채 새벽까지 폭죽을 터뜨렸다.

파리의 한 은행에 다니는 모로코인 바드르 아히다르 씨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 기자와 만나 “모로코계 프랑스 축구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양국이 교류를 잘하고 있는 만큼 우린 프랑스의 좋은 측면을 많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모로코인 유학생 아야 핫자 씨는 “아프리카 국가로 처음 준결승전에 진출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북아프리카 지중해변의 이슬람 국가 모로코는 1912년부터 프랑스의 통치를 받다가 1956년 독립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모로코인들은 최근까지도 프랑스 사회의 차별에 불만이 컸다.

이 때문에 경기 전만 해도 프랑스 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파리 일대의 경찰 5000여 명을 비롯해 1만여 명의 경찰이 프랑스 전역에 배치됐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모로코의 팬들이 경기 직후 난동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양국 팬이 흥분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260여 명이 체포되고 1명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전했다. 이웃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모로코 축구 팬 약 100명이 경기 직후 폭죽을 던지고 쓰레기봉투에 불을 질렀다. 다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부 축구 팬들이 과격한 행동으로 연행되긴 했지만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파리에선 큰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날 온라인 톱기사에서 “프랑스의 승리, 모로코의 패배로 끝났지만 프랑스 거리에선 ‘우린 형제이며 결국 함께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소개했다. 일간 리베라시옹도 프랑스와 모로코를 함께 응원하는 마르세유 팬들을 조명했다.

모로코 영문 매체 헤스프레스는 “팬들이 경기 직후 무거운 마음으로 커피숍, 식당, 바를 떠났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모로코 팬들은 축구 대표팀의 영웅적인 월드컵 여정에 계속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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