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 앞둔 윤제균 감독 안중근 의사 순국 마지막 1년 조명 8년만의 신작… 노래 70% 현장녹음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중국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 CJ ENM 제공
“8년 만에 영화를 내놓으려니까 정말 많이 떨리네요.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일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바타가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라면 ‘영웅’은 시청각 선물 세트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1909년 3월 대설원이 펼쳐진 러시아 연추에서 동지들과 피로 ‘대한독립’의 각오를 다지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주인공들의 가창력이 폭발하는 노래, 비장한 연기로 도입부부터 휘몰아치며 관객을 ‘영웅’의 세계로 이끈다.
몰입의 일등공신은 현장에서 녹음한 생생한 노래. 영화 속 노래 중 70%가 라이브다. 윤 감독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라이브를 결정했는데 그 순간 고통이 시작됐다”라며 웃었다. 그는 “‘후시 녹음을 할걸’ 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배우들이 한 번에 긴 노래 한 곡을 다 불러야 하는데, 연기와 노래가 완벽해야 하고 소음도 들어가면 안 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사형 집행 장면에서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30번 넘게 촬영했다. 이토 옆에 머물며 첩보원 역할을 하는 설희(김고은)를 핀 조명으로 비추거나 수건을 카메라 렌즈에 집어던지는 방식으로 장면을 바꾸는 등 뮤지컬 무대 전환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많다. 여기에 생생한 노래가 곁들여지는 덕분에 1만4000원을 내고 10만 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전작들에서 과도한 신파로 비판받기도 했던 윤 감독은 신파 절제에도 공을 들였다. 과도하게 슬퍼질 조짐이 보이면 과감하게 끊는 편집으로 담백함을 더했다. 그럼에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가 사형을 앞둔 아들의 수의를 지으며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에선 눈물을 쏟게 된다. 윤 감독은 “뮤지컬 관람 당시 안중근과 어머니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고 했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국민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겹게 견뎌내고 계신 분들께 이 영화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