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계열사를 동원해 또 다른 계열사인 삼립에 이익을 몰아주는 등 부당지원하고 이를 통해 회장 일가의 증여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이날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2012년 12월 SPC그룹 회장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양도해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저가의 주식을 처분한 샤니와 파리크라상은 각각 58억1000만원과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SPC그룹은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삼립이 구매해 계열사들에게 공급하는 구조였고, 밀다원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파리크라상 등이 사실상 보유하고 있어 밀다원의 매출은 총수일가에게 증여로 의제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직전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저가로 삼립에 매도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밀다원 주식의 취득가는 3038원이었고, 2011년 12월 평가액은 1180원이었는데 파리크라상·샤니의 밀다원 주식 양도가는 255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적정 양도가를 1595원으로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샤니의 소액주주들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020년 9월부터 지난 10월까지 황 대표 등 SPC그룹 주요 관련자들을 조사했고, 지난 11월8일 SPC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달에는 허 회장, 조 전 사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공정위는 SPC그룹이 계열사들을 부당하게 이용해 삼립에 약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2011 4월~2019년 4월)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2018년 12월) ▲통행세 거래(2013년 9월~2018년 7월) 등이다.
공정위는 SPC가 사주 2세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삼립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의심했다. SPC는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정위는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를 고발했다. 허 회장, 조 전 사장, 황 대표이도 함께 고발했다. 과징금도 647억원을 부과했다.
한편 SPC 관계자는 이날 검찰 기소에 대해 “샤니의 밀다원 주식 양도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적정한 가치를 산정해 진행된 것”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적극 소명하여 오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