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누리호 3차 발사
약 6개월 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차 시험발사에 나서 성공적으로 목표 궤도에 탑재물을 안착시켰습니다. ‘미지의 영역’이던 우주는 누리호를 통해 한걸음 더 가까워졌는데요.
우주에 가기만 한다고 끝은 아닙니다. 이동수단은 확보했으니 이제는 실제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텐데요. 이들이 실질적인 부(富)와 시장을 창출한다면 어떨까요. 미지의 영역이던 우주는 인간의 활동영역으로 더욱 넓어질 겁니다. 실제 스페이스X 등 상업적 목표를 가진 민간기업으로 우주 개발의 축이 이동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우주에서 금맥을 캐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입니다.
내년 상반기(1~6월) 중 누리호는 3번째 발사를 앞두고 있는데요. 시험 꼬리표를 뗀 3차 발사부터는 본격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인공위성의 성능 검증과 운용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특히 3차 발사에서는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만든 차세대소형위성 2호,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위성과 함께 민간 기업체에서 만든 ‘꼬마위성’ 3기도 함께 우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성분까지 파악 나서는 루미르
2일 경기 용인시의 우주 스타트업 루미르, 겉으로 보이는 평범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암실 같은 방에서 ‘근접전계시험장치’라는 장비가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공위성에서 쏘는 전자파가 지구상 물체에 잘 닿을 수 있는지 실험하는 장비인데요. 실험에 한창인 이 기업은 현재 이미지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위성 데이터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파악해 대기오염 정도을 측정하거나, 곡물 수확량을 모니터링하는 등 시장성이 무궁무진하죠. 루미르는 일반 카메라와 차별화되는 고성능 카메라를 실증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인간의 눈을 따라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빨간색/녹색/파란색에 해당하는 주파수 3개를 측정하고 이를 합성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루미르가 발사를 준비 중인 인공위성에 탑재될 초분광 카메라는 조금 다릅니다. 가시광선뿐 아니라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자외선 영역까지 256개의 주파수를 측정하고, 각각의 측정값을 ‘선’으로 연결합니다. 이 선을 분석하면 형태만 파악하던 기존 카메라와 달리 측정한 대상의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가령 공장의 연기를 측정한다면, 연기가 어떠한 유해물질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왼쪽이 일반 카메라, 오른쪽이 초분광 카메라로 찍은 물체의 모습입니다. 같은 물체를 포착했지만 겉모양만 판별 가능한 일반 카메라와 내부까지 스캔하는 초분광카메라의 성능이 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루미르 제공
경기 용인시에 있는 인공위성 제작 업체 ‘루미르’의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인공위성 부품의 회로 배치를 확인하고 있습다. 루미르 제공
지속가능한 우주쓰레기 회수 실현하려는 카이로스페이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바닷가가 있습니다. 심한 악취와 경관 훼손, 관광객의 안전 문제까지 위협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망을 펼쳐 바닷가를 헤집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시켜 쓰레기를 줍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더 ‘지속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다로 오는 관광객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필참하게 한다면 어떨까요? 집으로 돌아갈 때는 쓰레기를 챙겨온 봉투에 쓰레기를 담게 하는 겁니다. ‘카이로스페이스’는 현재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우주쓰레기 문제를 이같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회수할 기술 실증에 나섭니다. 현재 인공위성을 우주쓰레기 근처로 보내 로봇팔이나 고성능 자석으로 포획하고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속 7km가량의 우주쓰레기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또다른 물체가 포착하고 낚아채는 과정은 성공 난이도가 높습니다. 카이로스페이스는 인공위성이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궤도에서 이탈하는 기술 실증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카이로스페이스의 ‘디올빗(DEORBIT) 시스템’은 인공위성 표면에 부착돼 우주로 발사되고, 임무기간이 끝나면 30mm 두께로 접혀있던 이 장치가 마치 용수철처럼 길게 펴집니다.
30mm 두께로 접혀있던 ‘디올빗 시스템’은 인공위성의 임무 종료 후 용수철처럼 길게 펴져 인공위성이 궤도를 이탈하도록 돕습니다 카이로스페이스 제공
휘청거리는 인공위성 자세 조정하는 져스텍
6일 살펴본 경기 평택시의 져스텍 인공위성 제작 시설에서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5cm 정도의 작은 모터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모터와 인공위성, 어떤 관계일까요. 아무리 인공위성이 좋은 성능을 가졌더라도, 결국 지구와 제대로 통신하지 못하면 활용되기 어려울 겁니다. 져스텍은 인공위성이 제대로 지구와 통신할 수 있도록 모터를 통해 ‘자세’를 제어하는 기술 실증에 나섭니다. 져스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모터 사진입니다. 가로세로높이가 2.5cm인 작은 크기이지만, 우주 환경에서 인공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인공위성에 내장된 안테나가 정확히 지구를 향해야 하는데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한다면 원활하고 안정적인 통신이 어렵겠죠. 이때 내부의 모터가 정밀한 회전을 통해 정확한 각도와 자세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일반 위성보다 작은 크기와 무게로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아 뉴스페이스 산업의 핵심으로 부각되는 초소형위성은 자체 추진장치가 없어 정밀한 모터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네요.
기계공학을 전공한 ‘로봇 박사’인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2015년경부터 이 모터의 활용처를 우주로 확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7년간의 연구가 내년이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우주에서 기술을 검증받는다면 단가가 기존의 2~3배로 뛸 것”이라며 “필수 기술을 그동안 해외에 의존해왔는데, 이를 국산화,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