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위 멈춘 전철 ‘공포의 2시간’… 무궁화호 탈선 이어 또 사고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노량진역 구간 하행선 열차가 고장 나 승객들이 한강철교 위에 멈춰 선 차량에 갇히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견인 조치가 완료된 이후 한강철교 위를 서행하는 지하철 1호선.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해 대대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16일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차량 정비, 교통 관제 등 철도 안전 관련 전 분야에 대한 현장점검을 위해 철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단 100명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철도안전 감독관들로만 이뤄졌던 점검팀을 6개에서 18개로 확대하고 조사에 나선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강철교 사고 현장을 시작으로 차량 유지 관리 실태와 차량 고장에 따른 비상 대응 조치 적절성 등을 점검한다”며 “안전수칙 등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한강철교 위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가 멈춰있는 모습. / 서울시 TOPIS 영상 갈무리.
국토부가 코레일의 안전 관리 체계에 칼을 빼든 건 최근 연이은 철도 사고 때문이다. 15일 오후 8시경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승객 500여 명이 2시간 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지난달 5일에는 경기 의왕시 오봉역 작업자가 열차에 끼여 사망했고, 바로 다음 날 6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철도 사고가 계속되면서 코레일이 철도교통관제뿐 아니라 철도시설 유지·보수까지 모두 맡고 있는 독점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시설분야 하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철도 시설물 7454건의 하자 중 보수가 완료된 것은 4043건에 불과해 하자 보수율이 54.2%에 그쳤다. 인력·숙련도 등의 문제로 하자 2건 중 1건은 보수가 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1월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경부선 하행 영등포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자들이 탈선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2.11.07. 뉴시스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유지·보수 업무를 개방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철도 사고는 264건이 발생했다. 2020년 58건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각각 65건, 69건으로 늘어났다. 권경현 법무법인 진운 대표변호사는 “철도산업 환경에 맞춰 독점 체제를 깨야 사고를 예방하고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유지·보수 능력이 뛰어난 업체를 다수 키워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관련 업무의 철도공단 이관 등을 검토 중이지만 코레일 노조 측은 철도 유지·보수와 관제권의 철도공단 이관 문제를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정책 민영화는 안전 부문 실패를 회피하려는 가짜 프레임일 뿐”이라며 “코레일 독점 이외에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