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문명의 지도/퍼난다 피리 지음·이영호 옮김/640쪽·4만 원·아르떼
“다른 사람의 눈을 빠지게 하면, 그의 눈도 뽑힐 것이다.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의 뼈도 부러질 것이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대교 율법의 한 구절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통치자였던 함무라비의 법전을 연상시킨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함무라비 법전의 설형문자를 이해할 수 없었고, 시기적으로 최소 수백 년 차이가 나지만 두 법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법인류학 교수이자 법사회학연구센터 소장인 저자는 메소포타미아의 법부터 현대 국제법까지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를 다뤘다. 법학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10년간 협업한 ‘옥스퍼드 리걸리즘’ 프로젝트가 바탕이 됐다.
저자는 결론을 통해 “문제는 법이 선을 위한 힘인지 악을 위한 힘인지가 아니다”라며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 중 누군가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법의 약속과 잠재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다”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