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로 가는 길/에이미 스탠리 지음/유강은 옮김/392쪽·2만원·생각의힘 19세기 한 남매의 편지서 찾은 에도로 향한 여성 ‘쓰네노’의 일생 도시에서 겪은 여러 경험에서 당시 일본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19세기 초 에도는 인구가 100만 명이 넘고 각종 상공업과 유흥시설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봉홧불처럼 빛나는’ 도시였다. 1805년경 니혼바시 거리의 풍경을 그린 두루마리 그림 기다이쇼란(熙代勝覽)의 일부. 동아일보DB
각각의 삶이 모여 시대를 이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두 세기 전 일본 여인의 굴곡진 생애를 통해 그 시대의 일본 시골과 에도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쓰네노의 삶이 구체적으로 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편지와 가문의 기록 덕분이었다. 그는 글을 쓸 줄 알았고 친정은 절을 관리하는 부유한 집안이었다. 절을 물려받은 큰오빠와 그가 나눈 편지 및 다른 문서들은 가문의 문서함에 봉인되었다가 니가타 공립문서관에 넘겨졌고 웹사이트에 올려져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순조롭지 않은 삶이었지만 저자가 평생 천착한 19세기 에도의 모습과 함께 책의 각 장들은 화려하게 채색된다. “뒷골목에서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옷감을 염색하고 무늬를 찍고 나무 연장과 안경을 만들었으며 다다미를 짜고 악기를 조립했다.” 연예계의 호화로움은 오늘날을 연상시키는 팬덤 문화와 함께 남녀의 가슴을 뛰게 했다. 우편 배달업이 전국에 걸쳐 체계화되어 있었고 고향으로 가는 특송편은 매달 세 번 열렸다.
쓰네노는 이혼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남편이 다음 해 전갈을 보냈다. 범죄를 관할하는 고관의 신하로 일자리를 찾았고 그를 데려오고 싶다는 것이었다. 비로소 안정된 삶을 찾은 듯했지만 7년 뒤 쓰네노는 석 달 투병 끝에 48세로 세상을 떠난다. 사후명(死後名)은 얼마간 아이러니하게도 ‘현명하고 순종적인 여자’였다.
책 말미에 저자는 쓰네노와 같은 삶의 의미를 이렇게 상기시킨다. “여자들이 시골에서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에도는 커지지 못했으리라. 여자들이 마루를 훔치고 숯을 팔고 장부를 적고 밥상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들이 극장표와 머리핀, 국수를 사지 않았다면 쇼군의 위대한 도시는 아예 도시가 되지 못했으리라. 쓰네노가 남긴 유산은 에도라는 위대한 도시였다.” 이런 유려한 문장들도 이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큰 이유다.
이 책은 2020년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2021년 퓰리처상 전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