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닛 1호: 비대면/전치형 외 지음/124쪽·1만2000원·이음 목차-평론 없앤 소박한 문학잡지 사회 현안 다룬 작품으로만 구성
‘긋닛’은 출판사 이음이 이달 1일 창간한 문학잡지다. ‘긋닛’은 ‘끊다’의 옛말인 ‘긋다’와 ‘잇다’의 옛말인 ‘닛다’를 합쳤다고 한다. 전력 질주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마다 네 차례 발간하고, 한 권당 소설 3편과 에세이를 1편씩 싣는다.
이호재 기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작품 외엔 볼만한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진과 도판이 다양하게 담긴 화려한 책이 많은데, 이 문학잡지는 디자인에 무신경하단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글 외엔 도망갈 곳 없는 책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글에만 집중해서 책을 읽어내려 간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책은 124쪽에 불과하지만 담긴 글의 양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보다 적지 않을 듯했다. 영상이 아닌 책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한 편집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긋닛’은 기후위기(2호), 노동(3호), 지방소멸(4호), 빚(5호)처럼 요즘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다룰 예정이다. “수요가 있을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긋닛 편집위원인 소설가 우다영의 말처럼 이 문학잡지가 많이 팔릴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화려한 장식을 앞세운 잡지가 넘쳐나는 시대, 이 소박한 문학잡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출판계엔 의미심장한 사건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