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대전 등이 내년 1월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1만4056명이 응답해 “지금부터 지자체 자율에 맡겨도 좋다(45%)”와 “전국 단일 방역체계를 유지해야 한다(53%)“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코로나 신규 확진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듯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있습니다.
● “식당 문턱 넘을 때만 마스크 쓰라니…”
포털 기사의 댓글은 의무 해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정책 기사 댓글은 보통 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쓰여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해제를 주장하는 댓글이 얼마나 많은지 보는 대신 어떤 이유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분석에는 LDA알고리즘을 이용했습니다. LDA는 문서에 사용된 단어를 통해 해당 문서의 주제(topic)를 유추하는 알고리즘입니다. 분석 대상은 대전시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밝힌 12월2일부터 12월14일까지 네이버에 송출된 기사 381개와 댓글 1594개입니다.
포털 기사 댓글 1594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원의 지름이 가장 큰 1번 토픽이 메인 토픽이다. 1번 토픽에는 ‘해제’, ‘식당’, ‘강제’, ‘대중교통’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올라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 댓글의 주제는 크게 5가지로 분류됩니다. 원의 지름이 가장 큰 1번 토픽이 이번 댓글의 메인 토픽입니다. 1번과 거리가 가까운 3번 토픽도 1번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번 토픽에는 ‘해제’, ‘식당’, ‘착용’, ‘강제’ 등이, 3번 토픽에는 ‘대중교통’이 빈도수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맞물려 ‘식당’과 ‘대중교통’이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강제’라는 단어와 함께 많이 사용됐음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와 같은 댓글입니다.
heun**** 식당, 까페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 벗고 있다가 출입문 통과하는 순간에만 마스크 쓰고 출입문 넘어가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덜 떨어진 짓을 1월 말까지 계속하라고?
youn**** 식사 할 때는 얘기하고 밥 먹고 하는데 식당 들어갈 때는 마스크 쓰고 들어오라 하는 웃픈 현실.
djzo**** 클럽, 유흥업소, 술집, 카페보다 대중교통이 위험한 근거는 무엇?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선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며 식사하는데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 지하철,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djzo**** 클럽, 유흥업소, 술집, 카페보다 대중교통이 위험한 근거는 무엇?
이는 ‘과학 방역’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4번째 토픽에는 이런 불신이 좀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4번 토픽에는 ‘과학’, ‘통제’, ‘타도’, ‘독재’ 등이 상위에 있다. 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과학 방역‘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다.
‘과학’, ‘통제’, ‘타도’, ‘독재’ 등이 상위에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외국 사례도 자주 언급됩니다.
umy2**** 실내마스크를 왜 써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헛소리.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미국 같은 선진국은 다 자율로 풀었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영유아 등 감염 취약자를 위해 계속 착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에 띕니다.gogo**** 확진자 세계 넘버 1에 무슨 마스크를 벗냐 ?
grac**** 실내마스크 계속 쓰자. 갓난쟁이들은 마스크 못 써서 실내 가면 다 걸릴 판이야.
grac**** 실내마스크 계속 쓰자. 갓난쟁이들은 마스크 못 써서 실내 가면 다 걸릴 판이야.
“팬데믹은 사회적 합의로 끝난다”
정부는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르면 내년 1월 해제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언제 해제할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할 고위험 시설의 범위는 어떻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포함시킬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칼로 무 베듯 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할 과학적 데이터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 데이터가 있었다면 마스크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벌써 정부가 공개했겠죠.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은 끝났다”고 발언한 후 거센 후폭풍도 일지 않았겠죠.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한 칼럼에서 “팬데믹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끝난다”고 썼습니다. 어떤 팬데믹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0이 된다든지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는 날 종식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진자 수라든지 마스크를 쓰냐 마냐에 더 이상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날이 팬데믹이 끝나는 날이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정부는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할 때 정부는 잘 했습니다. “예방접종과 치료제 및 병상 확보 정도, 해외 국가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추세, 코로나 재유행 안정세 진입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고 사람들은 불만이나 불안감 없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