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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주 80.5시간? 혼선…“근로시간 상한선 필요”

입력 | 2022-12-18 08:16:00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 발표 후 근로시간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연구회가 제안한 방안이 그대로 입법이 되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일까, 80.5시간일까.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연구회 권고안의 핵심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12시간에 묶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있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집중근로를 허용하되 일정 기간 내에서 총량을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연구회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할 것도 권고했다. 이는 근로자가 퇴근해서 다시 출근할 때까지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는 개념으로, 1일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도입한다는 가정 아래 하루 최대 근로시간을 계산해보면 11.5시간이 나온다. 24시간에서 11시간 연속휴식을 빼고 나면 13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사용자는 13시간 전부 일을 시킬 수 없다. 근로기준법 54조에 따라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하기 때문에 1.5시간이 빠진 11.5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주 52시간’에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연구회는 ‘주 69시간’이라고 설명한다. 하루 11.5시간씩, 주 최대 6일 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회는 근로기준법 55조1항 ‘주 1회 유급휴일 보장’에 따라 6일 근로를 법적 의무로 봤다.

하지만 주 7일 일을 시킨 것만으로 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근로기준법 56조 ‘휴일근로 가산수당 지급’ 규정으로 볼 때 휴일에도 일을 시킬 수 있고, 휴일근로수당을 주면 주 7일 근로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 80.5시간은 11.5시간씩 7일 일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숫자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을 보면 주휴(유급휴일)를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휴일근로수당을 주고 휴일에도 일할 수 있다”며 “80.5시간 일했다고 해서 사법처리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원칙은 휴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산술적으로 가능한 시간을 계산해본 것으로, 연구회 설명대로 ‘극단적 상황’에 가깝다. 권고안은 특정 주에 몰아서 일하면 다른 주엔 연장근로시간이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기도 하다.

연구회는 사업장에 가장 적합한 근로시간 운영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운영 방법을 제시한 것이며, 실제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노사합의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근로시간 운영에 근로자가 개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고, 영세 사업장은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산정기간을 길게 하더라도 일정하게는 장시간 노동을 못하도록 설계했지만 현실적으로 작동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중소사업장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법이 어떻게 돼 있는지 노동자들이 잘 모르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시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반기나 연 단위로 넓어져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과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시를 보면, 뇌혈관 질환 등이 발병하기 전 12주 동안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하거나 발병 전 4주 동안 64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연구회가 권고한 연장근로 총량관리를 도입하더라도 1일·1주 근로시간 상한선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주 최대 69시간이냐 80.5시간이냐 얘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권고안은 (근로시간 규제를) 다 열어놓자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해도 1주 최대 64시간 제한이 있다”며 “일일 근로시간 제한과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